급기야... 광화문 도로 드러누운 전장연 ‘노숙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20~2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노숙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이 도로에서 노숙 시위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그동안 주로 ‘지하철 기습 탑승 시위’를 벌여왔다. 전장연 등이 광화문 8차선 도로 중 3차로를 이틀 동안 점거하면서 도심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일어났다.
이들의 시위는 20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시작됐다.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인 뒤 전장연 등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도로를 점거했다. 이후 이날 오후 7시쯤 서울시청 인근으로 걸어 이동해온 전장연 관계자 등은 서울광장 옆 3개 차로 150여m를 점거했다. 이 도로 위에서 ‘문화제’를 연 뒤 돗자리와 매트, 침낭을 깔고 누웠다.
전장연 등의 ‘노숙 시위’는 21일 낮까지 계속됐다. 이틀간의 노숙으로 시청역에서 광화문역 방면으로 이동하는 도로가 막혀, 경찰은 반대편 도로 4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가변차로로 만들어 차량을 안내했다. 노숙 시위로 인한 도로 점거는 21일 낮에 농성 해단식이 끝나고서야 풀렸다. 경찰 관계자는 “밤새 집회를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법이 딱히 없었다”며 “주요 도로에서의 노숙 시위 등은 시민 통행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니 현재의 집시법을 시민 권익과 집회의 자유가 조화되도록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11시 사이 서울시청 일대 차량 평균 속도는 6~9km/h였다.
전장연은 도로 점거를 끝내기 전에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4호선 회현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도 열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광화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년을 외쳐도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비장애인만 타는 열차를 저희도 타고 이동해 함께 살아갈 권리를 외치겠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25명을 포함해 130여 명이 광화문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에 탑승을 시도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에게 막혀 탑승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고 일부 장애인들은 열차 안으로 하얀 국화를 던졌다.
전장연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21년 12월 본격적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주로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출근길 기습 탑승 시위를 벌였다. 대선 직전과 핼러윈 참사 직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시위를 했다. 전장연은 지난달 23~24일에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밤샘 농성’을 했다. 다만 당시엔 도로 위가 아닌 시청역이었다. 이들은 장애인 친화적 교통 시설을 만들기 위해 국가 예산을 지금보다 더 투입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도로 노숙 시위와 지하철 탑승 시위가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일대의 출퇴근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광화문 직장인 고모(31)씨는 “평소 집인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광화문까지 차로 출근하는 데 20~30분 정도 걸렸는데, 이보다 2배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권모(55)씨는 “용산에서 서울시청으로 보통 택시로 15분이면 가는데 어제 저녁에는 도로 통제 때문에 49분이나 걸렸다”며 “경찰이 이제는 1박2일 도로점거 노숙시위까지 허용하는 것이냐”고 했다. 인근 직장인들은 “도로에서 잠을 자는 시위는 처음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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