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없고 아는 말만”…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버스 '외면'
“상담을 해도, 답은 안나오고… 센터랑 똑같은 안내만 되풀이 하네요, 속이 답답합니다.”
21일 오후 5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주안역 앞. 정부가 찾아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버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해 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온 전세사기 피해자 김지현씨(40)는 애꿎은 전단만 살핀다. 김씨는 “법률상담이나 심리상담은 이미 해오던 것의 반복”이라며 “대책이 필요한데, 상담을 받을수록 똑같은 안내에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한숨을 쉰다. 이어 “이미 센터가 하는 상담에 덧붙이는 형태면, 필요없다”며 “이 돈으로 이사비 지원을 1명이라도 더 해달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상담버스의 부족한 직원 탓에 버스를 찾은 시민들은 30분은 족히 기다린다. 인천시가 확인한 전세피해 가구만 하더라도 3천가구가 넘지만, 상담버스에 배치한 인력은 상담가 2명과 법률전문가 2명 뿐이다.
또 다른 피해자 강민석씨(54)는 “상담버스 안에 전문가들은 미추홀구 전세사기에 대해 잘 모르고 앉아 있다”며 “부평구 센터에서는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다는데, 이곳에서는 또 못 받는다고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들이 잘못된 정보로 더 큰 좌절감을 느낄까봐 두렵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법률상담 및 심리회복 지원을 위해 ‘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버스’를 추진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앞서 마련한 전세사기피해상담센터와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다.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와 전세사기 피해자 법률·심리상담 지원을 위한 ‘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는 HUG를 중심으로 법률상담 및 피해지원프로그램까지 원스톱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3월 문을 연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를 통해 받은 법률상담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더러 실질적 대책도 뒷따르고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진 상담은 22건에 불과했다.
이날 상담에 나선 전문가들도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입을 모았다.
김정호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는 “개인마다 상황이 달라, 상담을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가 맞춤형 가이드라인 등 실질적 대책을 내놓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년층의 피해사례가 많은 만큼 이들이 원하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상담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혹스럽다”며 “양질의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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