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자 중심 전세사기 대책 절실하다

기자 2023. 4. 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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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박대출 국민의힘,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3당 정책위의장 회동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매입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향적으로 나온 것은 다행이다. 전날만 해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무슨 돈을 갖고 어느 금액에 사라는 말이냐”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면 피해자들이 당장 집에서 쫓겨날 일은 없다. 주택시장이 추후 안정되면 LH는 해당 주택을 다시 팔아 지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절망한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인 만큼 정부는 서둘러 공공매입에 나서야 한다.

공공매입은 피해자들의 보증금 회수까지는 보장할 수 없다. LH가 주택 매입 대금으로 지불한 돈이 금융기관 등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선 지원, 후 구상’ 방안을 적용하면 피해자들의 금전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지만, 현행법상 캠코의 개인 채권 인수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주택 경매 중단 조치도 허점이 많다. 정부의 경매 중단 발표 다음날인 20일에도 일부 물건은 경매가 진행됐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1787채 중 551채는 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대부업체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3당은 이날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다. 자금 마련이 어려운 피해자들에게는 정부가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면 된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인 만큼 국회는 신속하게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전셋값 폭등으로 ‘갭투자’가 성행했던 2021년에 체결된 전세계약의 2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은 전세가율 80% 이상의 ‘깡통전세’ 우려 지역이 대전 대덕구, 경기 평택시 등 전국 26곳에 이른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깡통전세 규모에 관해 정확한 실태 파악을 서둘러야 한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피해 유형이 다양하고 구제 과정에서 기존 법·제도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인 만큼 정교하고 창의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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