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보조금, IRA 안 다루겠다는 한·미 정상회담

기자 2023. 4. 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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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오는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정책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은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상회담의 경제안보 분야 핵심으로 꼽히던 의제들이 제외된다니 납득할 수 없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경제안보 협력의 구체화’를 꼽았다. 그런데 최상목 경제수석은 전날 반도체법과 IRA의 정상회담 의제 여부에 대해 “이 분야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건에 대해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더니 이제는 정상회담에서 다룰 만한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줄어들긴 했다. 반도체지원법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일부 허용했다.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IRA는 수혜 대상 차종에서 현대차를 제외했지만 일본·유럽의 경쟁차종도 동시에 제외했다. 하지만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술과 영업 비밀을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등 독소조항은 여전하다. IRA 시행으로 2025년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배터리에 중국산 광물을 쓸 수 없게 된 것도 문제다. 공급망 다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의제에서 제외된다니 국민들이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미국이 요구를 받아줄 것 같지 않으니, 얘기조차 꺼내지 않기로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국은 경제 문제에선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다. 중국 견제를 위해 공급망 재편을 하면서도, 중국의 세계 1위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CATL)가 포드와 기술 제휴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길을 열어준 것에서 잘 드러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시장을 노리고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양안(중국·대만) 문제에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가 러시아·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렇게까지 미국 편을 들어줬는데도 대가를 챙기지 못한다면 12년 만의 국빈방문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경제 현안들을 회담에서 분명하게 요구하고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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