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장난하면 스스로 타죽어"… 韓외교부 "예의 갖춰라" 경고
尹대통령 대만 문제 언급에
中, 이틀째 거친 발언 이어가
'하나의 중국' 흔들릴라 발끈
◆ 러시아 제재 확대 ◆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중관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20일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말참견'이라는 단어로 비난했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에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초치와 관련해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공식 항의하는 경우 '엄정한 교섭 제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난 2월 미국이 중국 측 비행체를 정찰풍선으로 규정하고 격추했을 때도 "주중미국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 부장이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중 외교당국이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틀 연속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중국이 사용한 '불에 타 죽는다'는 거친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사용했던 표현이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대만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스스로 불타 죽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 당국은 20일 저녁에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초치 시점에 맞춰 정재호 주중한국대사와 전화통화를 하고 중국의 강력한 항의표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 같은 거친 발언과 강경한 태도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 논의에 대해 '레드라인'을 그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정상회담에서 그 이상의 메시지가 나오거나 한국이 대만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중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중국 진영과 미국·서방 진영이 대치하고 있는 국면에서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대만에 대해 중국에 불편한 논의를 주고받을 경우 이 같은 추세가 국제사회에 확산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자극적인 언사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며 우리 정부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중국 측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또 "우리 정부는 한중 양국 간 국격을 지키고 예의를 갖춰 상호존중·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하여 상호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할 것"이라며 "중국 측도 이에 부응하여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재차 경고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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