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신상공개가 답
"이걸 먹으면 마차를 몰거나 뛰어다녀선 안 된다."
술입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만취를 경고했는데 요즘 말로 하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거죠.
"잠깐만, 잠깐만요. 엄마는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대낮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9살 백 양의 영결식입니다.
MBN이 공개한 사고 직전 가해자의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분노가 치밉니다. 전직 공무원인 60대 가해자는 낮술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발이 꼬여 휘청거리고 계단에선 난간을 잡고 겨우 내려올 지경인데도 차를 몰았죠.
그런데 경찰이 이 사고 뒤 일주일도 안 된 14일 낮에 2시간 동안 전국의 어린이 보호구역과 인근 도로 4백여 곳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한 결과 55명이 적발됐습니다.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전체 음주운전 사고에서 낮 시간대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41.2%였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배가 더 는 겁니다.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음주운전 재범률은 44.6%, 7회 이상 상습음주운전 적발건수는 더 늘고 있으니 이제 방법은 하나. 음주운전을 원천 봉쇄하는 수밖에요.
우리도 미국과 프랑스, 핀란드 같은 EU국가처럼 술을 마시면 아예 시동을 못 걸게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설치 대상과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관련 법안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벌써 14년째입니다.
비싼 설치비용이 문제라고요? 그럼 최소한 음주운전 적발자에 한해서라도 자비로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건 어떨까요.
호주는 음주 운전자 이름을 신문에 공개해 톡톡히 망신을 줍니다. 우리도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걸 뼛속 깊이 새기게 하면 어떨까요.
이런 정책이나 법안은 14년째 그대로 놔두고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고 있는 국회의원님들 그러고도 음주운전으로 숨진 희생양 앞에서 음주 운전자를 비난할 자격이 있으십니까.
'미필적 고의, 직무 유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신상공개가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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