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땅 사들여 '동해관광사업'…전세사기 피해금 사용된 정황
인천 전세사기 사건이 강원도 개발 사업 비리 의혹으로 번졌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주범 남모 씨가 강원도 동해의 국제관광도시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던 겁니다. JTBC가 확보한 사업제안서를 보면 남 씨는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으로 강원도 사업을 진행하려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연지환 기자입니다.
[연지환 기자]
강원도 동해시 망상1지구의 300만여 제곱미터 땅입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이곳에 국제복합관광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전세사기로 구속된 남모씨가 2018년 11월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한참을 올라왔는데요.
이렇게 산속에 먼지가 잔뜩 묻은 팻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지역 주민 : 무성한 잡소리만 돌았지, 하지도 못하고. 일종의 땅 투기하려고 그런 거지.]
남씨는 2017년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150억원 가량을 들여 땅을 샀습니다.
문제는 땅 매입과 법인 사무실 마련 등에 쓴 자본금의 출처입니다.
JTBC가 입수한 사업제안서입니다.
'주주가 직접 자본금을 조성'한다고 돼 있습니다.
법인 지분은 남씨가 전체 지분을 가진 건설사가 70%, 남씨가 30%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남씨가 자본금을 댄 겁니다.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 때는 남씨가 빌라들을 지어 전세보증금을 받을 때와 겹칩니다.
사기 피해자들의 일부 돈이 사업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경찰은 현재 사업에 쓰인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건축사기단 남 씨의 사업제안서는 대부분 거짓말이었습니다. 자신의 회사가 직원 2500여명이고 자산 1조 2천억원에 달하고 매출이 4조5천억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직원은 7명, 자산은 15억원 뿐이었습니다. 이런 엉터리 제안서를 쓰고도 어떻게 사업자로 선정됐을까? 특혜 의혹입니다.
이어서 여도현 기자입니다.
[여도현 기자]
건축사기단 남모씨가 만든 건설회사입니다.
오피스텔 한층을 임대해 사용했습니다.
[택배기사 : 사람을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남씨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에 낸 망상지구 사업제안서에서 c.g 직원 2512명, 자산 1조 2천억원, 매출액은 4조 5천억원라고 이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직원 7명에 자산 15억원, 매출액은 48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거짓 제안서로 사업을 따낸 혐의로 지난해 11월 남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남씨가 이런 엉터리 제안서로 사업을 따낸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직접 회사에만 와 봐도 허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차장 직원 : 주차 다 해봐도 100대도 안 돼, 지하 4층까지. 그런데 어떻게 2천 몇백 명이 말도 안 되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이 남씨의 사업을 위해 맞춤형으로 개발 계획을 바꿔줬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사업자가 되려면 개발부지를 50% 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남씨의 땅은 한참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2018년 10월 전체 개발부지를 줄이고 이마저도 3개 지구로 쪼개기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남씨는 계획 변경 1주일 만에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동해시의회는 몇년 전부터 특혜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최재석/당시 동해시의원 (2020년 / 동해시의회 본회의) : 첫째, 사업자 선정이 투명했는가. 둘째, 선정된 사업자가 시행능력이 있는가.]
하지만 그때마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라고 반박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남씨의 배후에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경찰에 특별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청도 사업자 선정 과정을 비롯해 모든 사업 단계를 감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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