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지구···빙하 30m 얇아지고, 해수면 상승속도 2배 빨라졌다
지난해가 관측 이래 5~6번째로 더운 해였으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던 기간이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빙하 두께는 반 세기 사이 30m가량 줄어들었고, 해수면 상승속도는 최근 10년 사이 2배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오는 22일인 ‘지구의 날’을 맞아 21일 공개한 연례 기후 보고서 ‘2022년 지구 기후 현황(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2)’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 대비 1.15도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11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근거 자료와 분석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긴 했지만 지난해는 1850년 이후 5번째, 또는 6번째로 더운 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WMO는 지난 3년 동안 태평양을 중심으로 수온을 떨어뜨리는 라니냐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8년은 173년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동부 태평양에서, 해면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 현상은 지구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일으킨다.
WMO는 전 세계 빙하의 두께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평균 1.3m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70년 이후 손실된 빙하 두께는 약 30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9년 사이 줄어든 빙하의 무게는 6000Gt(기가톤) 이상에 달한다.
스위스에서는 2021년과 2022년 사이 빙하 면적의 약 6%가 줄어들었으며 2001년과 비교하면 3분의 1이 사라졌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 내 가장 높은 측정지점에서조차 모든 눈과 얼음이 녹아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 대륙의 해빙은 지난 2월13일 기준 191만㎢까지 줄어들면서 관측 사상 가장 적은 면적을 기록했다. 이는 1991~2020년 사이 평균 면적보다 약 100만㎢가량 줄어든 수치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고, 해빙이 급감하면서 지구의 해수면 상승 폭은 지난 10년(2013~2022) 동안 연 평균 4.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공위성을 통해 관측하기 시작한 초기 10년(1993~2002년) 동안의 연 평균 상승 폭 2.27㎜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2013~2021년의 해수면 상승 폭은 연 평균 4.55㎜였다.
WMO는 또 주요 온실가스 가운데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 대비 149%, 메탄은 262%, 아산화질소는 1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약 25배 이상에 다하는 메탄의 경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증가 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 평균 메탄 농도는 1750년 729.2ppb(피피비·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0억분의 1을 나타냄)에서 지난해 1908ppb까지 증가했다.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1750년 278.3ppm(피피엠·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00만분의 1을 나타냄)에서 415.7ppm으로 늘어났다.
WMO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에 갇힌 에너지의 약 90%는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러한 에너지 증가폭을 측정하는 개념인 ‘해양 열 함량’은 2022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 세계 바다 면적의 약 58%에서 ‘해양 열파’가 최소 한 번 이상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는 해양 산성화를 일으키는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해양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페하)는 지난 2만600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페하는 낮을수록 강한 산성을 나타낸다.
WMO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해 2021년 기준 23억명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 가운데 9억2400만명은 특히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아시아에, 3분의 1가량은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를 덮친 가뭄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월 현재 2000만명의 주민들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가뭄과 기아로 인해 120만명가량이 환경난민 신세가 됐다. 에티오피아에서는 51만2000명이 가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했다.
또 지난해 8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파키스탄 대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00억달러(약 39조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인해 1만5000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전 세계가 극한 기후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동아프리카의 가뭄, 파키스탄의 기록적인 강우, 중국과 유럽 등의 이상고온 등은 식량위기와 대량 이주를 발생시키고,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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