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감축 앞두고 돌연 교전원 유보…여론 달래기?
기사내용 요약
尹 업무보고 당시 "교전원, 가장 근본적 개혁"
교육계 들끓자 "교대 위한 선물 줬다" 해석도
교육부 "40년 된 교대 개편 필요…별개 문제"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이달 내놓기로 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시범 운영 방안을 전격 유보하기로 한 배경에 '교원 감축' 발표를 앞둔 여론 달래기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오전 교육부는 전날 교대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어 교전원 시범 운영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문을 보도 설명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당초 교육부는 교전원 시범운영 방안을 4월까지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안에 시범 대학 2곳을 정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였다.
이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5일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교육부 업무계획에 담겼던 내용으로, 교실 수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부총리는 당시 교전원에 대해 "정말 쉽지 않지만 시기가 됐고,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이 부총리 본인이 전했다.
반발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예상대로 예비교사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교전원은 문민정부 때인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부터 예비교사 전문성 확보를 명분으로 거론돼 왔던 제도였지만 매번 이해당사자 반발에 부딪혀 왔다.
지난 1월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교전원 도입을 명분으로 교·사대 통합이 이뤄지면 신규 교사 배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결국 교사 감축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대련은 예비교사 전문성 향상이라는 명분에는 동의하더라도 현행 체제 안에서 "실습을 수업으로 인정하고 과도한 수업 보강을 없애는 등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당시 이를 부인하며 개편 방식은 대학의 선택에 맡기고 ▲초등 중심(교대) ▲중등 중심(사범대 등) ▲초·중 복수자격 중심(교+사대) 등 다양한 모델을 추진하도록 돕겠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는 이 부총리의 공식적인 발표나 정식 보도자료가 아닌 1쪽짜리 자료 형태로 돌연 교전원 유보 방침을 밝혔고, 사전 예고조차 없었다.
주말을 앞두고 상세한 배경이나 경위를 밝히지 않은 채 업무보고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정책을 이와 같은 형식으로 뒤집는 것을 두고 이슈화를 피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에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교원 감축' 방안 발표를 앞두고 교육 현장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을 의식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17일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당정협의회를 열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을 적정 규모로 조정할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을 조정하고 교원양성기관 정원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교사 감축 기조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기조를 담은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등교사 신규 선발 규모를 오는 2027년 올해(3561명)보다 20~30% 줄이는 계획이 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초·중등 교육계 여론은 심상치 않다.
그간 신도시 과밀학급 감축, 구도심과 농어촌 소규모 학교 유지, 고교학점제와 기초학력, 학교폭력, 돌봄 등 학교의 업무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교사 수를 줄인다는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인 20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전국 교육감 17명 중 통상 3분의 2(12명) 이상이 동의해야 낼 수 있는 입장문을 내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은 9명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같은 날 오후 세종 교육부 앞에서 전국 지회장 250여명이 모인 결의대회를 열고 교원 감축에 반대하기 위한 세 결집에 나섰다.
교대 총장들의 모임인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교총협) 역시 교전원 유보를 요구한 입장문에서 "인구 절벽에 종속된 기계적인 감축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우려 뜻을 밝혔다.
김민아 교대련 집행위원장도 "교사 감축이나 교·사대 통폐합 시도는 교전원 유보와 상관 없이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대응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교전원 유보 방침을 돌연 밝힌 배경에 대해 "교육부가 다음주 '교원 감축' 발표를 앞두고 교대를 달리기 위해 선물을 줬다는 것 외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원 감축으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 것은 교대"라며 "이미 교대 입시 경쟁률과 커트라인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교사 채용 규모마저 줄인다면 교대 입장에서는 심각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런 해석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4년제 개편 후 40년이 넘은 교원양성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교대 총장들과 교육부 의견이 일치한다"며 "수급계획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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