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공공요금 인상...전세사기 피해 확대 우려
■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조태현 경제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전이 뼈를 깎는 심정이라고 했는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조정이 또 미뤄지면서 공공요금 인상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되는데요.
국내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부 조태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우리가 제목에 또를 달았는데 네 번째 당정 협의에서도 결론이 안 나온 거죠?
[기자]
맞습니다. 어제 공공요금과 관련한 민당정 협의가 있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이게 세 번째 협의였는데 사실 이번이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날씨가 더워질 것 아니에요. 그러면 냉방 수요가 많아지니까 전기비 폭탄, 이런 말 나올 수 있어서 다음 달부터는 올리기가 어렵고요. 그다음이 되면 가을, 겨울인데 그러면 난방비 수요 늘어나죠. 그다음에 총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 또 올리기가 어려울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사실 이번까지는 올렸어야 됐다.
그리고 사실은 지난달까지 올리는 게 정상적인 프로세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예상대로였습니다. 당정 논의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어요. 회의가 끝나고 나서 박대출 정책위 의장이 브리핑을 했는데요. 보면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니까 사실상 이번 달 인상은 물이 건너갔다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결국은 올려야 되고 지금 골든타임 지난 것 아니냐, 이런 우려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까 대체 언제 올리는 겁니까?
[기자]
결국에는 정치가 문제가 된 거죠.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예전에 난방비 폭탄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것처럼 이런 것들이 선거 앞에 다시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들이 이렇게 문제를 키우고 있다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공공요금이라는 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으로 반영이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아끼겠다고 해서 전기 안 쓰고 가스 안 쓰고 화덕 쓰고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공공요금 인상은 직접적인 체감이 굉장히 강하게 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좀 꺼리고 있다. 이른바 총대 메기를 꺼린다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그렇기 때문에 민당정 회의에서는 이런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요. 기업에 대한 압박이 주로 나왔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한 이야기를 보면 한전을 향해서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죽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만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한전의 입장도 아왔는데 조금 전에 보도가 됐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을 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전이 잘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아닌데 대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한전의 구조를 봐야 됩니다. 한전이라는 회사는 발전 자회사에서 전기를 사와서 송배선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요. 이거를 파는 회사라고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발전 전기를 사오는 값보다 파는 값이 더 쌉니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에서 무슨 노력을 더해서 적자를 만회할 수 있을까요? 이건 저는 정치권이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아까 공공요금 인상 불가피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거든요. 아마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알고 있다는 건데 공공요금 인상을 미룬다는 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기자]
모든 상황에서는 이른바 골든타임이 존재하죠. 예전에 난방비 폭탄 사태를 봤을 때는 문재인 정부 때 가스비를 계속 올리지 않고 정체됐던 것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거든요. 지금 써야 될 비용은 지금 치르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에 훨씬 더 큰 대가로 다가오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지금 국민들에게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요. 서민과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을 하는 게 정상적인데 미뤄두는 건 결코 해법이 될 수 없겠죠. 이런 것 말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한전과 가스공사가 떠안은 적자 그리고 미수금이 40조 원 정도가 되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이자가 한 50억 원 정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에 이자 50억 원. 엄청나죠.
그런데 이렇게 이자가 나오면 갚아야 될 것 아니에요. 무슨 돈으로 갚겠어요, 적자가 나는데. 채권을 발행하죠. 그러면 이 채권을 한전채라고 합니다. 지금 올해 1분기에 한전채 발행이 상당히 늘어난 것, 볼 수 있죠. 지난해 한전에서 발행한 채권이 32조 원입니다.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이 47조 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70%를 한전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한전채라는 게 어떤 채권이냐 하면 굉장히 우량 채권입니다. 사실상 정부에서 보증을 해 주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장기 투자 자금이 다 한전채로 쏠려들어가는 거예요. 자금이 한쪽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게 지난해 있었던 자금경색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거든요. 자금이 균등하게 분배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은 빨리 지금 처리해야 될 문제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앵커]
지금 일부 문제를 짚어주시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계속 이렇게 공공요금 인상 미루다 보면 결국에는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런 지적도 나오거든요.
[기자]
그렇죠. 당장 한국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한국은행은 물가를 관리하는 주무기관인데 한국은행에서 물가 상황을 계속 볼 것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공공요금을 올린다 올린다 올린다 하면서 계속 안 올리고 동결하고 있단 말이에요. 이건 다시 말하자면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으로 봐야 됩니다. 한국은행이 계속 설명하고 있는 것도 공공요금 인상, 국제유가 변동,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불확실성은 경제에서 굉장히 안 좋은 것으로 보통 받아들이죠. 또 하나가 최근에 공급망 재편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반도체법이라든지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런 것들이 계속 나오면서 보호무역이 굉장히 강화되고 있는 시기를 보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 전기요금 문제를 삼은 게 있습니다. 이건 뭐냐 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철강업체에 사실상 보조금을 주는 거나 다름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업용 전기요금이 꽤 싼 편이거든요, 선진국에 비해서. 그래서 여기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에는 산업정책 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정치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정치 역할이 필요한 대목. 최근에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규정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 피해자 세 분이 잇따라 숨지기도 하면서 점점 더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죠?
[기자]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많았죠, 최근에. 그러다 보니까 전세사기와 관련한 대책이 너무 봇물처럼 터지듯이 나와서 다 따라가지 못할 정도예요. 당장 오늘만 해도 조금 전에 보도가 있었는데 정부가 LH를 통해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여서 매입 임대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장관이 이야기를 했는데요. 아마 이번 주말에 당정 협의를 통해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계획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보면 국회에서 지금 야당 쪽은 공공매입 요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대책들도 많습니다. 금융 당국이 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LTV나 DSR 같은 대출 규제들 이걸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요.
이게 사기 피해자들이 그 경재에 참여를 해서 그 집을 사들이려고 하면 자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을 벌어주고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이런 여유를 준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경매를 유예한다는 것도 시간을 주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저리 대출 같은 것도 이야기 나오고, 금융회사들도 대출 지원이라던지 이자율 감면 같은 대책을 내놓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정에서 또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선매수청구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거든요. 이게 뭐냐 하면 집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사람들이 낙찰을 하려고 할 거 아니에요. 여기서 제3자가 낙찰을 받게 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낙찰가에 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먼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게 이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 일단 보증금이 떼어 있는 상태인데 그걸 우선매수권을 준다고 해도 그걸 매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이런 부분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대책들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회의감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
핵심을 짚으셨어요. 지금 당장 돈이 없고 보증금도 떼였는데 그 집을 무슨 수로 사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냐라는 것에는 좀 의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입법사안이라서 시간도 오래 걸리겠죠. 말씀드린 대로 우선매수권을 준다고 해도 돈이 있어야 매수를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될 거고요. 그래서 정부에서 내놓은 게 저리대출도 지원을 해 주겠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재산이 별로 없는 젊은 층들이 이 우선매수 대상이 되는 낙찰가격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잖아요. 이 돈을 보증금까지 떼인 상황에서 과연 마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리고 경매 중단이나 여러 금융 지원 같은 것들은 일단 급한 불을 끄는 효과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만 물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출 같은 지원들은 아무리 저리 대출이라고 해도 대출은 대출이잖아요. 그러면 또 원리금 부담이 커지게 되고요. 그리고 다른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출을 해 준 기관에 대출이 부실화된다든지 연체율이 올라가는 이런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간 효과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래서 다급하게 나온 반짝 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고. 또 특히 이번 피해자분들 사이에서 봤듯이 사각지대 안에서 비극이 반복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 사각지대를 줄여야 할 텐데. 그래서일까요? 일부 대안을 놓고 의견 차도 있는 것 같고요.
[기자]
대표적인 게 공공매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야당에서 요구를 하는 것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같은 곳에서 먼저 보증금을 대신 내주고 채권을 사들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그 채권을 회수를 하는 이런 방안이거든요. 그러니까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선을 긋고 있어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사들이면 피해 구제가 되는 게 아니라 선순위 채권자들, 그러니까 금융회사만 좋은 일을 시켜줄 수 있다라는 게 정부의 논리입니다.
거기에 형평성 문제도 있고 재원 같은 문제도 있다고 강조를 하는데요. 사실 양쪽의 이야기가 다 일리가 있어서 이거는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양쪽이 서로 네 탓 공방하면서 또 국회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죠. 이런 거 보면 참 답답한데 지금 야당도 그렇게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고요. 상황이 이미 발생을 했는데 손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움직이는 여당도 역시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싸우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차라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확실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경제부 조태현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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