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빨간불 민주당, "간판 내릴 각오해야"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과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한 지도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이 간판 내릴 상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사안이 심각한데, 당 지도부는 사태 해결을 검찰과 송영길 전 대표에게만 맡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 전 대표의 귀국 여부와는 별개로 당이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 요지다.
의원들 사이에선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우원식)부터 169명 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소영), 특별 조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박범계)까지 각양각색의 타개책이 쏟아지고 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에게 6.22%포인트(p)차로 패한 우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귀국만을 기다리는 듯한 지금 당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며 "비상 의원총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지도부와 전체 의원 모두가 엄중함을 함께 공유하고 능동적 수습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도부의 고독한 결단과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것을 갈아엎겠다는 비상한 각오 속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비상 의총을 열어야 한다"며 "지도부의 후속 대책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전체 총의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면한 송 전 대표의 처리 뿐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안을 담은 대책을 전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구조적 재발 방지책을 포함해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 작업을 진행할 혁신 기구 구성 등 폭넓은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소영 의원은 한국방송공사(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자체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러면 검찰 수사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기만 할 것이냐"면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9명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조국 전 장관 등 인사 문제와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성비위 문제에서 민주당이 타격을 받았던 건 사과나 반성, 재발 방지 조치보다는 우리 편을 감싸기에 바빴던 모습 때문"이라면서 "엉터리로 대응하면 당이 간판 내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태도여야 한다"고 했다.
'돈 봉투 리스트'로 떠도는 현역 의원 명단과 관련해선 "당시에 송영길 캠프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분들 이름도 섞여 있다"며 "그걸 가지고 신뢰성 있는 명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있는 10명, 20명을 조사하는 문제가 아니라 169명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의 주체는 외부 인사 중에서도 민주당에 비판적이고 거리를 둔 분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선될 경우 특별조사 기구를 설치하겠다"면서 "당의 이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 기구를 지금 즉시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요청했다"며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로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불거진 이 사건은 민주당이 엄중하게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처리한다는 것을 국민께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 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인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면서, 아울러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에 대한 사과 및 송 전 대표에 대한 조기 귀국 촉구 입장을 다시금 결의했다. 그러나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일부 의원들은 '당이 송 전 대표 입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의 대응책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당 지도부는 현실적으로 당 차원의 조사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후 YTN <더뉴스>에 출연해 "다수는 일단 본인이 정확하게 해명하는 걸 들어보고 이것이 사법적으로 처리할 사안인지 그거에 따라서 당 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면 하겠지만 지금 당 차원의 조사를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도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송 전 대표에게)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조기 귀국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비상 의총 제안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렵다면 적어도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제명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가 끝내 입국을 거부한다면 당은 선제적으로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이나 제명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최고위 등은 당원의 해당 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때 당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명할 수 있고, 윤리심판원은 경고, 당원 자격 정지, 제명 등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추가 대응책 논의를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그런 주장하시는 분들이계셨는데 진상조사하는 실질적 어려움 이런 것들을 아마 원내대표가 충분히 설명도 하고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요구에 대해선 "특별하게 사실관계가 다른 증거나 이런 걸로 더 나온 건 아직 없지 않나. 그래서 내일 기자회견 내용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현재 머물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봉투 연루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 귀국 압박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송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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