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 발 벗고 나선 청년젠더특위, 공감 얻을 수 있을까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 청년젠더공감특위 출범…청년 6명 중 5명, 여권 관련 이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서로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모습이 건강한 젊은 남녀 모습"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청년젠더공감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시급한 과제로 '젠더갈등'을 강조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구조나 성차별을 덮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통합위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젠더공감특위 출범식을 진행했다. 특위는 공동위원장인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송보희 한국청년정책학회 학회장을 비롯한 13명으로 구성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5명, 여성은 8명이다. 분야별로는 청년 6명, 학계 4명, 연구계 1명, 언론계 1명, 국민통합위원 1명 등으로 분류된다.
청년 몫 위원 6명 중 권은비 성균관대 사범대 연구원을 제외한 5명은 여권 관련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위원장인 송보희 한국청년정책학회장과 장창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청년특별위원은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각각 선임연구원과 대학생 정책자문 연구원을 맡은 바 있다. 청년정치크루 대표인 이동수 위원은 여의도연구원 인턴을 거쳤다. 이동수 위원과 이승현 위원(IT기업 재직)은 미래통합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인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김건 공동의장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계 인사는 공동위원장인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해 정의당 젠더폭력대응센터 자문위원인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조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영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다. 연구계 인사로는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이 위촉됐다.
이정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경우 언론계 몫으로 청년젠더공감특위에 합류했다. 국민통합위원회에선 기획분과위원인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특위 위원으로 활동한다.
'젠더갈등' 강조하는 특위, 정부 책임 결여 우려도
청년젠더공감특위는 '젠더갈등' 해소를 주된 과제로 밝혔다. 특위는 국민통합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청년층 젠더갈등 현황 및 분석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68%)가 우리 사회에서 젠더갈등이 심각하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젠더갈등 의미는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 청년 남녀 간의 반목 등으로 규정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0월 24~31일 전국 만 19~34세 남녀 2017명 대상의 인터넷 온라인조사(CAWI) 방식으로 진행(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18%p)됐다.
관련 조사에서 청년층이 생각하는 젠더갈등의 핵심 문제는 '성평등 수준에 대한 남녀간 인식 차이'와 '온라인 상 과도한 혐오표현'이 꼽혔다. 갈등 원인은 △생산적 소통이 어려운 온라인 환경 △정치권의 남녀 대결구도 조장 △언론매체의 선정적 보도 등으로 나타났다. 특위는 “청년이 생각하는 젠더갈등 해결주체는 '청년 자신'”이며 “개선 필요분야에서 남녀 의견 차이가 있으나 일·생활 균형, 성차별적 문화개선, 혐오·차별 규제 마련 등은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특위는 또한 올해 초 KBS·한국리서치 조사를 근거로 “20대 여성과 남성은 기성세대 등 다른 세대보다 더욱 남녀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며 “성별 커뮤니티(일베, 워마드 등)의 극단적 남녀 혐오 기반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은 젠더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73명 대상으로 진행한 웹조사(표집오차 95% 신뢰수준 ±2.75%p) 결과다.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은 이날 '청년 남녀의 갈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남녀 간 인식 차를 과의미화해서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청년들은 자기 성별은 차별 받고 있고, 자기보다 상대 성별이 더 살기 좋은 사회라는 불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서로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역사를 보면 대체로 젊은 나이의 남녀가 너무 빨리, 너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관습과 제도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모습이야 말로 건강하고 당연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아니겠는가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보희 특위 공동위원장은 “청년 주도로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특위가 될 수 있도록 첫 번째 활동으로 청년 젠더갈등 해소방안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5월부터 신청서를 접수하며 선정 결과는 특위 최종 결과 보고회를 통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특위가 밝힌 '젠더갈등' 진단 및 논의 방향에 대해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청년의 인식 차이가 심각하니 같이 오해를 해소해 보라는 방식으로 읽히는 부분이 있다”며 “이전 세대나 사회, 정치권, 정부가 만들어온 불평등 구조에서 기인한 불평등, 소득 등이 다 엮여 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 책임이 결여돼 있다”고 했다. 특위 구성 면에서도 “서울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아닌지, 현재의 지방소멸과 위기에 있어 청년 이야기는 어떻게 대변될 것인지, '청년'을 대표하기엔 모두 고스펙이 아닌지, 현재의 불안정 노동구조와 저임금, 일터에서의 성차별 등을 '젠더 갈등'과 분리시킬 수 있을 것인지, 현 정부와 국민통합위가 상정하는 '청년'의 상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젊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모습이야 말로 건강하고 당연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아니겠는가'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이성애·정상가족 중심의 구시대적인 인식에 따라 성차별적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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