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입장 옹호하면서 김구 선생 자신 발언 침묵한 태영호

조현호 기자 2023. 4. 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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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인터뷰서 "김구 통일노력? 북한 모르는 사람들 하는 말" 파장
백범김구선생사업협회도 "개탄 금치 못해 사과하라" 요구
인터뷰 금지령 내려졌나, 아직도 같은 생각인가 묻자 묵묵부답
윤 대통령 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인터뷰 두둔은 언급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근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김일성에 당했다고 발언해 설화에 휩싸이자 김기현 대표의 경고와 인터뷰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태 의원은 실제로 지금도 월간조선 인터뷰내용과 같은 생각이냐,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에서 러시아가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을 할 경우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혀 군사 무기 지원 의사를 피력한 데 대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응당 해야할 발언을 했다”고 적극적인 답변을 해 대조를 보였다.

태 의원은 지난 17일 보도된 월간조선 5월호 <인터뷰 북한 출신 최초 '당 지도부 입성' 태영호 최고위원 “이준석과 '천아용인' 주장은 건전한 비판 아닌 악의적 비난”>에서 “지난 구정 때 KBS의 〈역사저널 그날〉이란 프로그램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런 북한의 전략까지 알려줘야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월간조선은 썼다.

이에 곧바로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회장 정양모)가 거센 반발에 나섰다.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는지난 18일 “태영호 의원의 발언에 개탄, 국민의힘과 태 의원에 엄중한 문책과 재발방지 및 사과 요구”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협회는 '김구가 김일성에 당했다'는 발언에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태영호 의원의 역사 인식은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을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교육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협회는 “백범 김구 선생의 통일에 대한 노력과 고뇌를 단순히 김일성의 전략에 당했다고 말하는 태 의원이 아직도 북한에서 교육받은 역사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좌파나 우파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왜곡의 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건강한 토론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국민의힘과 태영호 의원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어 당 차원의 엄중한 문책과 향후 대한민국 역사나 김구선생에 대한 왜곡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조치와 함께 공식적인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를 요구하였다고 전했다.

이에 야당도 비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북한의 체제를 위해 일하던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말이냐”며 “태영호 최고위원이 43 망언에 이어 김구 선생님까지 폄훼하는 것은, 결국 극우적 역사관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전복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모두 아는 김구 선생님의 통일국가 수립 노력을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승만 건국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는 윤석열 정부의 시책에 편승하려고 김구 선생을 모독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7일자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월간조선 홈페이지 갈무리

태영호 의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 아예 등장하지 않았으나 21일 오후엔 돌연 공개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무기 지원 등을 시사한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비판하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다. 태 의원은 신원식 이채익 정경희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나와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도 했다. 태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어떻게 보느냐' 는 질의에 마무리 답변을 통해 “윤 대통령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 언급은 범위가 넓다, 대량학살과 핵무기사용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경고성 발언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응당 해야 할 발언을 했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자신의 김구 선생 비하 발언과 관련해 '인터뷰 금지가 내려졌다는 것은 사실인가', '김구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당했다는 건 아직도 같은 생각인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의 비판 논평에 어떤 의견인가',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퇴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인 태 의원에 경고하고 인터뷰 금지령을 내렸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SBS 19일 오전 온라인 기사 <[단독] 김기현, '김구 발언' 태영호 불러 경고…“역사 논란 주의하라”>에서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어제(18일) 오후 태 최고위원을 불러 경위 설명을 들은 뒤,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부득이한 경우에도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MBC는 같은날 오전 온라인 기사 <“김구, 김일성에 이용당해” 태영호 또 설화‥김기현, 인터뷰 금지령>에서 “김기현 대표가 18일 오후 태영호 최고위원을 불러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경위를 들은 뒤 강하게 경고하며,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 금지령을 두고 “멍청한 짓”이라며 “(인터뷰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뽑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경고와 인터뷰 금지령과 관련해 “두분 사이의 말씀까지 대변인이 알 수 없다”고 하면서 “민주당 출신 전 사무총장의 비판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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