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경색에 "전세금 더 올려"…공소장 속 '건축왕' 범행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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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세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을 초래한 이른바 '건축왕' 일당은 자금 경색을 해결하려고 전세 보증금을 올리면서 피해를 키웠다.
A씨는 금융권 대출로 주택을 건립하고 세입자들의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갚다가 보유 주택이 2천708채까지 늘어나며 가용 자금이 부족해지자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더 올려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건축왕과 공인중개사 등 일당이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전세 보증금은 현재 경찰 수사 결과 30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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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 세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을 초래한 이른바 '건축왕' 일당은 자금 경색을 해결하려고 전세 보증금을 올리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들은 일종의 '돌려막기' 방식으로 주택 건축 사업을 추진하던 중 자금난에 부닥치자 전세사기에 나섰고, 이들의 이런 조직적 범행은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21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는 2009년께부터 미추홀구에서 건축업을 하며 사업을 확대하던 중 자금난에 처한다.
그는 2021년 3월 21일 직원들에게 '건물 신축이나 임대보증금 상향 계약이 이어지지 못해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단체 문자메시지까지 보내게 된다.
A씨는 금융권 대출로 주택을 건립하고 세입자들의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갚다가 보유 주택이 2천708채까지 늘어나며 가용 자금이 부족해지자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더 올려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보증금을 높여서 받으면 차액으로 일단 대출이자 등 연체를 막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전세금 인상 요구를 받은 세입자들은 부동산 경기 과열 국면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마땅치 않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올려준 경우가 많았다.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고인이 된 B(31·여)씨와 C(26·남)씨도 A씨 일당이 자금난에 처한 시기에 보증금을 올려준 피해자다.
B씨는 2021년 9월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기존 7천200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25% 올렸다. C씨도 2021년 8월 전세금을 6천800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32% 올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결국 이들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엄청난 손해를 봐야만 했다. 특히 B씨는 보증금이 8천만원 이하였다면 최우선변제금으로 2천700만원이라도 건질 수 있었지만 재계약 때 보증금 인상에 따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건축업자 A씨 일당은 이처럼 전세금을 대폭 올리며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대출 이자가 연체되면서 2022년 1월 11일부터는 보유 부동산들이 연쇄적으로 임의 경매에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씨 일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임차인들에게 부동산의 경매 사실을 숨긴 채 전세 계약을 이어갔다.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을 걱정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명의 이행보증서를 작성 교부하면서 안심시켰다.
건축왕과 공인중개사 등 일당이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전세 보증금은 현재 경찰 수사 결과 30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구속 기소될 당시에는 피해 전세 보증금이 125억원이었으나 경찰의 추가 수사로 피해액이 대폭 늘었다.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 700억원대라 추가 수사를 거쳐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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