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美심장 파고들 '영어 연설' 맹연습…할말은 하는 나라로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이뤄지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방미 일정 최종 조율과 점검 등 각종 보고를 받고 관련 내용을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4일 출국해 26일(이하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등 워싱턴DC와 보스턴에서 각종 외교안보, 경제협력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 귀국길에 오른다.
특히 27일 예정된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준비에 심혈을 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할 예정이다. 원고를 직접 고치고 표현 하나하나를 검토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이자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미국 정계의 마음을 사로잡을 외교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외교행사인 만큼 대통령이 연일 밤늦게까지 연설문을 다듬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을 '공식 방문'해 미 의회 연설을 한 뒤 10년 만이다. 외교 형식상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미 이후 처음이다.
정상이 방문해 미 의회 연설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했던 국가는 미국과 국가의 태생부터 직접 얽혀있는 프랑스와 영국 정도(8번)다. 그만큼 한미동맹의 의미가 크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공동가치에 기반한 동맹 70년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 한미 양국이 당면한 도전 요인을 진단하며 앞으로 양국이 함께 지향할 동맹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통상적인 외교채널이 아닌 상·하원 의원들이 직접 초청하는 형식을 통해 예우를 더욱 갖췄다. 앞서 이달 6일 미 의회의 연설 초청이 전달되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미국 하원 외무위원장이 상하 양원의 초당적 대표단을 이끌고 직접 대통령을 예방해 초청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 것은 그간의 외교 의전상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달 5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하원 의원 9명과 존 오소프 상원 의원을 접견했고 매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미국 국빈 방문 중 상·하원 연설을 공식 제안했다.
약 30분 전후로 진행될 연설이지만 강렬한 인상의 문장이 중요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 의회 화상 연설에서 "아이들의 심장 박동이 멈춘 순간 내 나이도 멈췄다"고 했고 같은 해 12월 방미 의회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며 특유의 유머와 위트까지 섞어 진정성을 쏟아냈다. 그 어떤 지원 호소보다 강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대만의 양안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미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 학살, 심각한 전시 국제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반발하자 "상식적이고 원론적 답변이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에 달렸다"고 응수했다. 중국 역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말참견 불허'라는 논평을 냈고 우리나라는 즉각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우리나라 국가원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무례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가치동맹을 바탕으로 보다 분명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이후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워온 만큼 강대국 사이에서 침묵하며 눈치 보는 나라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기반 위에 '할 말은 하는' 나라를 지향해간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연대라는 가치는 늘 유효하다"며 "미 의회 연설은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미래 동맹으로 발전시킬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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