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이'에서 시작된 악연…홍준표·윤희숙, TK신공항 두고 설전

박준우 기자 2023. 4.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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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분간 입을 닫겠다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죠. TK신공항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2등은 한다", "꼰대" 등 서로 감정 섞인 발언도 오갔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 17일) :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습니다. 그 입을 당장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를 향해 한 말이었는데요. 사실 김 대표가 입을 닫으라고 한 대상, 전씨 외에 또 한 명 있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4월 3일) :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더 전념하시면 좋겠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입니다. 김 대표와 지도부를 비판하다가 중앙당 상임고문 자리에서 해촉까지 당했는데요. 홍 시장도 처음에는 반발했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입 닫고 있을 테니 잘해보라며 한 발 물러났는데요. 하지만 '빅 마우스'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았나 봅니다. 스피커 방향만 바꿔 볼륨을 높이고 있는데요. 이번엔 윤희숙 전 의원과 SNS 설전을 벌였습니다. TK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두고 서로 날을 세웠죠. 윤 전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가 발단이었는데요.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4일) : 그런데 DJ 정부에서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얘기되는 게 예비타당성조사입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필요 없는 그 인프라를 막 만들어 놓으면 예를 들면 지금 지역에서 다 공항 만들겠다는 거거든요. 공항 만들어 놓으면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데 전에 어딘가요, 무안인가요? 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이 굉장히. {화제가 됐었죠, 공항 활주로에.} 그러니까 그런 거를 사전에 이게 정말 이 정도의 물동량이나 유동량이 있을 것인가를 평가를 하고 나랏돈을 엄청 집어넣는 거죠.]

최근 각종 지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통과 기준을 낮추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투는 여야도 여기에는 유독 한 마음인데요. 발의 족족 신속하게 통과되고 있죠. 윤 전 의원은 텅텅 빈 지역 공항의 예를 들어 예타 면제의 부당함을 지적했는데요.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4일) : {1000억 정도 되는 사업부터 예타하겠다.} 그렇죠. 그 밑에는 그냥 자유롭게 쓰겠다는 겁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그게 번개처럼 합의가 되다 보니까 뉴스에도 잘 안 나와요.} {뭔가 충돌이 있어야지 나오는데.} 아니, 오늘 조간신문에는 많이들 나왔습니다. 미래 세대들에게, 안 그래도 어마어마한 세금 부담을 져야 되는 미래 세대들에게 큰 죄죠.]

그러자 일각에서는 윤 전 의원이 TK신공항법 통과를 비난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 TK 지역지는 윤 전 의원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며 "TK신공항 재 뿌리기"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는데요.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응징에 나선 게 바로 홍 시장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책임감의 소유자인데요.

"그래 맞다, 홍 반장한테 가봐 (홍 반장이요?) 난 무슨 일이든 일당으로 계산하거든. 국내 최저가 일당 5만원."
-영화 '홍반장'

홍 시장, 페이스북에 "땅 투기 혐의로 의원직까지 사퇴했던 사람"이라며 윤 전 의원에게 포문을 열었죠. "조용히 반성하며 사는 줄만 알았더니 요즘 부쩍 언론에 나타나 좁은 식견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국토균형개발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윤 전 의원이 주제 넘게 떠든다는 겁니다. 윤 전 의원이 과거 KDI에 근무했던 이력을 소소한 경력으로 깎아내리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음성대역) : 총선과 개각이 다가오니 또 설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TK신공항을 이상한 인터뷰어와 함께 비아냥 대는 그 말은 용납 하기가 어렵다. 그 입 이제 그만 다물고 더 이상 정치권 근처에서 기웃거리지 마라. 더 이상 그런 응석은 받아 주지 않는다.]

'이상한 인터뷰어'는 CBS 김현정 앵커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홍 시장, 최근 김 앵커와 생방송 인터뷰 도중 전화를 끊어버린 일이 있었죠.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홍준표/대구시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4월 10일) : {그래요, 한동훈 장관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말을 그래 하면 안 되죠. {방자합니까?} 아이고! 아이 거참!]

[홍준표/대구시장 (2022년 1월 20일) : 방자하다! 그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홍준표/대구시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4월 10일) : 이 전화 끊읍시다. 이상하게 말을 돌려가지고 아침부터 그렇게 하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니, 그러면, 홍 시장님.} 전화 끊습니다. {아니, 홍 시장님 전화 이렇게 끊으시면 안 되죠. 청취자들이 듣고 계시는데 어머 끊으셨어요, 지금?}]

윤 전 의원도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홍 시장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는데요. 먼저 자신은 땅 투기가 아니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사실 관계부터 정정했죠. 방송에서 TK신공항을 언급한 사실도 없다고 황당함을 드러냈는데요. 예비타당성 기준 완화를 문제 삼았을 뿐이란 겁니다. KDI 근무 시절, 국토균형개발과 관련된 여러 예타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을 맡았다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홍 시장에게 "제발 이런 꼰대 기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지 말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두 사람 간 입씨름은 홍 시장이 재응수하면서 2라운드로 넘어갔습니다. 홍 시장은 "예타 완화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두고 미래세대에 빚만 넘긴다고 하는 건 왜곡된 시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음성대역) : 그런 왜곡된 시각으로 어찌 공공기관에 근무했고 잠깐이지만 국회의원까지 했는지 의아스럽다. 그만 입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한다. 일천한 식견으로 떠들면 떠들수록 지식의 한계만 노정된다.]

꼰대라는 지적에도 발끈했습니다. "꼰대 이미지 덧씌우기도 본질을 피해 가는 어거지 반론"이라는 건데요. 그러자 윤 전 의원은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권위를 주장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꼰대"라고 맞섰죠. "나이를 권력이라 생각하고 전문가를 찍어누르는 태도는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는데요. "균형발전 이슈에 대해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홍 시장은 토론이 썩 내키지 않았나 봅니다. 아무 답도 하지 않았는데요.

[홍준표 (MBC 백분토론) : 토론이 지기 위해서 나가는 토론은 난 토론이 아니라고 봅니다.]

윤 전 의원, 그래도 분이 안 풀렸던 모양입니다. 무안공항 등 여러 지역 공항의 실패 사례를 들며 홍 시장이 쌍팔년도식 발상을 고집한다고 쏘아붙였는데요. "옛날 사고를 고집하는 게 바로 꼰대"라고 직격했습니다.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구와 광주가 공항이 없어서 낙후했나요?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 그밥의 그나물 구태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줬기 때문에 발전을 못한 것입니다. 영호남의 구태정치인들이 땅을 같이 판다고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돈을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정치를 바꿔야 지방이 살고 나라가 삽니다.]

사실 이 두 사람 사이 악연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홍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요. 윤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이런 평을 남겼었죠.

[앞서 홍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이 결정된 지난달 24일 당 의원들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다고 합니다. 이후 채팅방에 윤 의원이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란 기사가 올라오자 이런 톡을 남겼다는데요.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 주제도 모르고 나선다고 비판할 때 쓰는 속담입니다.]

[윤희숙/당시 국민의힘 의원 (2021년 7월 2일) : 그런데 그 망둥이가 뛰니까 숭어도 뛴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모든 후보, 아직 안 나왔지만 앞으로 나올 후보, 또 범야권의 후보들 모두가 다 숭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망둥이가 어디 있겠어요.]

윤 전 의원, 망둥이가 숭어보다 높이 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망둥이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수차례 부딪쳤는데요. 2021년 8월, 홍 시장이 유력한 대권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를 견제하던 시기죠. 당시 홍 시장은 윤 후보의 조국 수사를 두고 "문재인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을 윤 후보가 공정과 상식으로 포장했다"고 발언했던 바 있는데요. 윤 전 의원은 이를 두고 홍 시장이 "윤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조국 수사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홍 시장은 이듬해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윤 전 의원에게 "희화화"란 말을 되갚았는데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의 후보로 나서자 윤 전 의원이 맞수로 떠올랐죠. 그러자 홍 시장이 윤 전 의원을 공천하면 "공천 희화화"라고 비꼰 겁니다. 물론 이를 들은 윤 전 의원의 태도, 한 마디로 이랬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자, 오늘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희숙 전 의원에게 '줌 인'해봤습니다. 감정의 골이 깊은 두 사람, 앞으로도 여러 사안을 두고 종종 부딪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제 한 번 직접 만나서 앙금을 풀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야 우리 한 잔씩 마시고 다 털어버리고 잊자 야 왜들 그렇게 싸우는 거야? 우리 나이가 올해 몇이야?!"
-MBC '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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