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동해 망상지구 투자사업에 유력 정치인 개입 의혹 확산
김진태 지사, 감사 착수…최문순 전 지사 "전세사기 사건과 무관" 반박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이 전국에서 속속 드러나며 피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당국의 수사도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 1지구 사업권 획득 과정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망상1지구 사업 시행자인 남모(62)씨가 전세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가운데사업 특혜 시비에 이어 배후로 유력 정치인 개입설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강원도는 21일 사업 추진 과정을 파악하겠다며 긴급 감사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망상1지구 개발사업 시행자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해당 사업 추진 당시 최문순 전 지사는 전세사기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즉각 반박하는 등 진실 공방으로 흐르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망상 1지구 개발사업은 애초 동해안 명품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시작됐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은 2013년 6천67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4년까지 휴양형 복합리조트와 특성화 대학, 국제학교, 주거·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시행자 선정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사업 시작 2년 만인 2015년 선정된 최초 개발사업에 뛰어든 외국계 시행자는 2017년 돌연 사업을 포기했다.
동자청은 새로운 사업 시행자를 찾다가 2018년 11월 두 번째 사업 시행자로 동해이씨티를 지정했다.
동해이씨티는 전세사기 행각 등으로 구속기소 된 남모씨가 2017년 8월 16일 아파트 건설업종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당시 동해이씨티는 망상동 일대 토지 175만㎡를 확보해 시행자로 선정됐으나 동해시와 시의회, 시민사회단체는 사업 실행 능력이 부족하다며 선정 과정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원도가 동해이씨티의 모 기업인 S건설에 망상지구 내 법원경매 부지를 낙찰받으면 예비사업자 지위를 부여해주겠다는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하고, 개발계획의 변경 고시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사업부지의 50%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 사업자 선정 조건을 채우지 못하자 개발 면적을 쪼개는 방식으로 허가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시민단체 등은 S건설의 투자 의향서를 보면 총자산 1조2천억원에 총사업 매출이 4조5천억원으로 돼 있으나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검토한 결과 자산 총액은 67억원에 부채 54억원, 자본 총계 13억원에 불과한 점을 거론하며 개발사업시행자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도는 2021년 자체 특별 감사를 벌여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 선정은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는 등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자청도 당시 개발사업 시행자를 지정하지 못했더라면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동해이씨티를 시행자로 지정한 것은 불가피했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지역 사회의 반발 속에서도 동해이씨티는 토지 매입에 350억원을 투자했다며 사업 추진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나머지 사업 부지 165만㎡를 매입하지 못했고, 관련 공탁금도 지난해 예치하지 못해 현재는 토지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사업 시행자 재선정 등 동해안권 개발의 핵심인 망상1지구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남씨의 전세사기 행각이 드러나고, 그의 배후에 유력 정치인 개입설까지 제기되면서 당시의 특혜 시비 논란 등이 다시 부상해 증폭되고 있다.
동해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인천 정치인이) 영향력을 행사해서 빌라 사기범을 개발 사업자로 지정되게 했다는 제보가 왔다"고 말하는 등 유력 정치인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빌라 사기꾼이 위조되고 조작된 서류로 특혜 사업자 지정을 받았다는데 이는 거대한 힘이 없으면 안 된다. 근데 실제 확인해 보니 특정인이 작용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0일 전세사기범 남모씨와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의 연루 의혹에 대해 경찰에 신속한 특별수사를 공식 요청했다고 가세하는 등 정치권의 연계설이 확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배후설은 유력 정치인을 비롯해 그의 측근들이 남모씨를 망상1지구 개발사업 시행자로 끌어들이고, 사업 시행자는 사기로 챙긴 전세보증금으로 사업비를 조달했다는 것이다.
파문이 확산하자 강원도는 21일 동해이씨티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긴급 감사를 하기로 했다.
김한수 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 열어 "도는 애초 5월 초 정기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속칭 전세사기꾼 남모씨의 망상 1지구 사업권 획득 과정에 의혹이 커짐에 따라 감사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망상1지구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동해 지역사회의 요청으로 이뤄진 도 감사에서 '문제없음'으로 정리된 사안에 대한 재감사와 관련 "당시에는 행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이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번에는 의사 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결정했는지를 짚어야 할 것 같다"며 "전임 (최문순) 도정을 고려한 결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문순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인천 전세사기 사건과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전혀 무관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최 전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업은 관련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당시 재임 기간에 진행된 사업이라는 이유로 해당 전세 사기 사건과 마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가 되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보도로 인한 심각한 명예 훼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동해안권 개발사업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정하는 절차 등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관계 기관 협의 등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부연했다.
남모씨는 앞서 2018년 동해 망상지구 개발에 관여,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비롯해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이른바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기소 됐다.
경찰은 일당 61명이 유발한 피해 금액은 현재까지 388억원에 피해자 수는 481명이며, 최근까지 접수한 관련 고소장은 모두 944건으로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7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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