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맘 편히 쓸 수 있나요?'…직장인들 이야기 들어보니
고용노동부의 '2021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50.7%입니다.
나머지 절반의 사업체에서는 육아휴직을 전혀 쓸 수 없거나, 원하는 만큼 쓸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떤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업무 공백으로 (회사와 상사) 눈치 보게 돼”
앞선 조사에서 육아휴직이 힘든 주된 이유로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19.7%),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25.2%),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23.3%),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31.8%) 등이 꼽혔습니다. 약 70%가 업무 공백으로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눈 직장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 A씨(36·여·건설업)
“출산 전부터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업무 공백이 생기니까 상사가 달가워하지 않았거든요. '너 결혼시키는 게 아니었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래서 출산 일주일 전까지 출근하고, 산후조리원에서도 회사 연락이 오면 다 받았습니다. 일이 바쁘다 보니 출산휴가가 끝나고 육아휴직을 한 달밖에 못 썼는데 그것도 겨우 썼어요.”
- B씨(37·여·공무원)
“공무원은 사기업에 비하면 육아휴직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인사철이 아닐 때 휴직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 제 업무를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해야 하니까요.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눈치는 보이니까 일부러 인사철에 맞춰 임신 계획을 하는 동료도 있었어요.”
- C씨(36·여·금융업)
“육아휴직을 쓴다니까 처음에는 회사에서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휴직 기간이 끝나고 퇴사할까 봐 불안해하더라고요. 대체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반드시 복직하겠다고 확답을 드리니까 그제야 육아휴직을 보내줬어요. 지금은 복직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육아휴직? 인사고과 불리할 것이란 이야기 들어”
육아휴직을 써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D씨(33·남·제조업)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회사에 말했더니 관리자와 면담을 3번이나 했습니다. 인사고과에 불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왜 (남자가 나서고) 아내가 혼자서 애를 못 키우냐'는 소리까지 들었죠.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걸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E씨(37·여·금융업)
“육아휴직 들어가기 직전에 승진 발표가 있었는데, 명단에 제 이름이 없더라고요. 승진 조건을 다 갖췄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회사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육아휴직을 길게 쓸 예정이기 때문에 윗선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라는 팀장의 추측 섞인 이야기뿐이었어요.”
- F씨(38·여·건설업)
“남자 직원이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육아휴직을 쓴 직원이 제가 처음이었어요. 인사팀 등 회사 차원에서는 배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상사는 아니었어요. 임신 사실을 알릴 때부터 탐탁지 않아 했거든요. 그때부터 업무적으로 과하게 압박하더라고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육아휴직을 일찍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도 '왜 육아휴직을 빨리 쓰냐'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왔습니다.”
■ “단속만 한다고 분위기 바뀌지 않아”
지난 17일 고용노동부는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하거나 불리한 처우 등이 의심되는 사업체 500곳을 선정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육아휴직 제도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속만 한다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정 교수는 “업무 공백을 메꿀 수 있어야 육아휴직을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체 인력의 수급을 늘릴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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