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깡통전세' 위험···올해 대위변제 수조원 우려
올해 월평균 1158건·2658억 사고
1분기만에 8000억 육박, 2021년 한해 규모 넘어
전셋값 하락속 2년전 계약들 종료
수도권 중심 보증사고액 증가 전망
연말까지 3조원 넘어설듯
정부, 전세사기 주택 매입임대 검토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하면서 전세보증 사고가 폭증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떼이는 보증금 규모만 수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사기의 배경이 되고 있는 깡통 전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전세 보증금 사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 건수는 총 3474건, 사고 금액은 797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12월 보증 사고 금액 5260억 원(2393건) 대비 51% 급증했다. 또 2년 전인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2799건, 5790억 원)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158건(사고액 2658억 원)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말까지 세입자가 제때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3조 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달 전국 전세보증 사고는 총 1385건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 금액만 3199억 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1290건, 지방 95건으로 수도권에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서울에서만 363건의 사고가 있었는데 빌라 밀집 지역인 강서구가 99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금천구(32건), 관악구(27건), 은평구(27건) 등의 순이다. 인천(458건)은 부평구(125건)와 미추홀구(108건), 서구(105건) 등에서 사고가 많았다.
문제는 주택 경기 침체와 맞물려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2년 전에 계약한 물건들의 만기가 속속 종료되는 가운데 전셋값 하락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보증금에는 미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최근 1~2년 사이 전셋값 하락세가 매매가격 하락세보다 컸던 탓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아직 2021년에 체결한 전세 계약들의 갱신이 남아 있는 만큼 하반기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다세대·연립주택으로 깡통 전세가 확산하면서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깡통 전세는 보증금과 대출금 등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해당 주택이 팔리거나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수도권과 지방 등 전국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 중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지역은 25곳으로 나타났다.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국에서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전시 대덕구로 131.8%에 달했다. 매매가가 1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보증금이 1억 3000만 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경기 평택시(100.4%)와 경기 수원시 팔달구(95.1%), 경기 파주시(94.5%), 전남 광양시(90.4%) 등도 90%를 넘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큰 인천 미추홀구는 89.9%로 나타났다.
보증 사고가 급증하면서 HUG의 자금 여력도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행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 보증 발급을 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54.4배로 이미 한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 보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말에는 보증 배수가 66.5배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 사업을 전세사기 피해 물건에 우선 적용하고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야도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전세사기 대책 관련 법안들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당이 주장한 우선 매수권을 포함해 피해자들에게 부과되는 지방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같은 날 통과를 목표로 적극 논의할 계획이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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