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고도' 뚫었다…스페이스X 화성우주선 절반은 성공
엔진 33개 중 5개에 불 안 붙어
추력 모으는 '클러스터링' 실패
발사뒤 29㎞ 상공서 폭파됐지만
"지구 궤도 이탈할 수 있다" 증명
지난 20일 밤 10시33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높이 120m의 초거대 우주선 ‘스타십’이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1, 2단을 합쳐 완전체로 조립된 스타십의 첫 비행이었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연구팀의 환호성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
곧 변수가 생겼다. 1단 로켓 ‘슈퍼헤비’를 구성하는 33개 엔진 중 3개에 불이 붙지 않았다. 속력이 빨라지고 고도가 높아지자 불이 꺼진 엔진 개수는 5개로 늘어났다. 스타십은 균형을 잃었고 이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발사로부터 3분59초 지나 시속 2123㎞로 고도 29㎞(성층권·고도 10~50㎞)에 도달한 스타십은 단 분리를 하지 못한 채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에 대해 “단 분리 전에 ‘RUD’(rapid unscheduled disassembly·계획되지 않은 급격한 해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RUD는 ‘공중 폭발’을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머스크 CEO가 즐겨 사용하는 용어다.
이날 스타십은 이륙엔 성공했지만, 전체 비행 궤도는 돌지 못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엔진의 추력을 모으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클러스터링은 여러 엔진을 하나로 묶는 기술이다. 여러 개의 소형 엔진을 묶어 하나의 대형 엔진처럼 제어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원하는 성능의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다. 스타십 로켓 슈퍼헤비는 개당 230t급 추력을 내는 랩터 엔진 33개로 구성돼 있다. 엔진 13개가 가운데 있고, 엔진 20개가 원형으로 둘러싼 형태다.
이 기술은 개발이 어렵다. 각 엔진이 동일한 추력을 내게 하기 위해서는 연료와 산화제를 같은 온도와 압력, 유량을 유지하며 공급해야 한다. 또 0.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점화해야 한다. 화염을 내뿜을 때도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엔진의 수평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련은 165t급의 추력을 내는 엔진 30개를 묶어 5000t급 발사체 N-1을 만들고자 했으나 끝내 클러스터링 제어에 실패했다. 작년 한국이 발사한 ‘누리호’는 75t급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한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지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스타십 발사 시험은 클러스터링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보여준다”면서도 “스페이스X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곧 완전한 엔진 제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록 목표로 한 비행을 완주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스페이스X는 스타십 개발을 이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시험 발사는 앞으로 스타십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스X 등장 이후 세계 각국의 우주 탐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1년 2월 무인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호를 화성에 착륙시켜 유기물이 포함된 암석 시료 등을 채취하고 있다. 이 기관은 화성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드는 실험 등을 하며 유인 화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8년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달 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탐사선을 발사해 2033년 유인 화성 탐사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화성 탐사 로버 ‘주룽’을 2021년 5월 화성에 착륙시켰다. 이 로버는 과거 화성에 바다가 있었고 홍수가 발생한 적 있다는 증거를 찾으면서 유명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1년 2월 탐사선 ‘아말’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며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올린 나라가 됐다. 한국은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화성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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