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개편은 우왕좌왕, ‘노조 때리기’만 몰두하는 정부

한겨레 2023. 4.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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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1일 노동조합 42곳에 대한 회계 관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노조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거세지는 반면 근로시간 개편 등 정책 현안에 대한 노정 대화는 꽉 막혀 있다.

그동안 정부는 노조법 14조의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류 표지와 속지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대 노총은 속지까지 제출하라는 건 부당한 간섭이라며 표지만 제출하는 것으로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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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동조합 노조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회계 장부 미제출 관련 현장조사를 나온 고용노동부 직원들에게 조사 거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회계 관련 서류와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42개 노동조합에 대한 현장조사를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백소아 기자

고용노동부가 21일 노동조합 42곳에 대한 회계 관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5월 초에는 12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조의 불공정 채용 감독도 벌이기로 했다. 노조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거세지는 반면 근로시간 개편 등 정책 현안에 대한 노정 대화는 꽉 막혀 있다. 노동 현안을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노동부는 이날 양대 노총 등 8개 노조를 대상으로 첫 현장조사에 나섰으나 “노조 자주성 침해”라는 노조 쪽 반발로 무산됐다. 그동안 정부는 노조법 14조의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류 표지와 속지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대 노총은 속지까지 제출하라는 건 부당한 간섭이라며 표지만 제출하는 것으로 맞서왔다. 이에 정부는 노조 52곳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노조 쪽은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조사를 벌이는 건 ‘보여주기식’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노조법은 노조 회계를 ‘조합원에게’ 공개하라는 취지인 만큼 정부 조처는 애초 무리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가 정부 지원금 사용 내역까지 공개를 거부한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정부 지원금은 별도로 철저한 검증을 받고 있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거듭 ‘노조 때리기’에 나섰고 노동부는 단체협약에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기아차 노사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사문화된 조항인데다, 금속노조도 이미 지난 1월 이런 조항을 수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꺼내든 여론전 성격이 짙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많은 국민의 관심사인 근로시간 개편 문제에는 혼선만 드러내며 손 놓다시피 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17일로 끝났지만 정부는 5월부터 두달 동안 또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할 뿐 여전히 방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문제를 다루려면 노동계와 대화가 필수적인데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일이 될 리가 없다.

정부의 이런 모습에서 노동개혁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시기에 노조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잦아들지 않는다. 이래서는 정책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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