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방미 앞두고 중·러와 동시 긴장고조…한미정상회담 논의 주목(종합)
중·러, 북한문제 앞세워 압박 노골화 가능성…'민감해도 할 말은 해야'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김효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중관계와 한러관계의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문제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두 나라가 거칠게 반응하고 정부가 이에 반박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지는 모양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련 사안이 어떻게 다뤄지느냐가 한중·한러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과 관련, 대규모 민간인 학살 등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전제가 달려있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확고하게 선을 그어온 그간의 정부 입장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선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결국은 이것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우리 외교부가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맞받고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며 한층 강경한 표현을 내놨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 발언을 염두에 두고 한 말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은 이전에도 이들 사안에 대해 미국 등 서방과 비슷한 입장을 밝혀왔고 그때마다 중국·러시아가 반발하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인터뷰로 기조가 더욱 선명해졌고 이와 맞물려 두 나라의 맞대응 수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대중·대러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며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짙어지면 북핵 대응을 비롯한 우리 외교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가 주목된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만·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왔고, 동맹도 이에 함께하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미동맹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점을 고려하면 두 사안이 보다 깊이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안은 지난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됐는데, 이번엔 수위가 올라갈 수 있다.
정부 외교 기조가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과 더욱 밀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러시아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을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중국·러시아의 반발이 노골화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도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앞으로 한국 대외정책의 방향타로 보고 주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나라는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발언처럼 북한 문제를 압박 도구로 삼으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중·러가 지금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번번이 감싸고 돌지만, 향후 국제사회의 신냉전 구도가 완화하면 북핵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양자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두 나라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할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내달 중순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지원 여부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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