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위기 고조된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진상조사 요구 봇물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당내에선 비상 의원총회를 열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돈봉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거취 문제를 의논했으나 진상조사에는 거듭 선을 그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사건에 대한 비상한 대응을 촉구했다. 우원식 의원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귀국만을 기다리는 듯한 지금 당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며 “모든 것을 갈아엎겠다는 비상한 각오 속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지도부와 전체 의원 모두가 엄중함을 함께 공유하고 능동적 수습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면한 송 전 대표의 처리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안을 담은 대책을 전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재발 방지책을 포함해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 작업을 진행할 혁신 기구 구성 등 폭넓은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자체 조사를 안 한다고 발표해서 귀를 의심했다”며 “지도부의 태도가 한가한 거 아니냐. 책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당내 여러 조사가 전제돼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떤 사람을 징계하든 당의 시스템을 혁신하든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민주당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정치적인 명운이 걸려 있다”며 “당이 간판 내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사태’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비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잘못은 있지만 수사가 과하다고 항변만 하는 등 과거 같은 태도로 잘못 대응하면 세 번째 신뢰 상실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우리 잘못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 수원에서 열린 당원 대상 강연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솔선했으면 좋겠다. 왜 남의 잘못은 지적하면서 우리 잘못은 숨기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돈봉투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로부터 돈봉투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법이 있다면 제2의 창당 수준으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송 전 대표 거취 문제를 의논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송 전 대표의 탈당 권고·제명 여부에 대해 “내일(22일)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자체적인 진상조사는 하지 않기로 거듭 결론 내렸다. 권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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