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위기 고조된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진상조사 요구 봇물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3. 4.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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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당내에선 비상 의원총회를 열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돈봉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거취 문제를 의논했으나 진상조사에는 거듭 선을 그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사건에 대한 비상한 대응을 촉구했다. 우원식 의원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귀국만을 기다리는 듯한 지금 당 상황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며 “모든 것을 갈아엎겠다는 비상한 각오 속에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지도부와 전체 의원 모두가 엄중함을 함께 공유하고 능동적 수습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면한 송 전 대표의 처리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안을 담은 대책을 전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재발 방지책을 포함해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 작업을 진행할 혁신 기구 구성 등 폭넓은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자체 조사를 안 한다고 발표해서 귀를 의심했다”며 “지도부의 태도가 한가한 거 아니냐. 책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당내 여러 조사가 전제돼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어떤 사람을 징계하든 당의 시스템을 혁신하든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민주당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정치적인 명운이 걸려 있다”며 “당이 간판 내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사태’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비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잘못은 있지만 수사가 과하다고 항변만 하는 등 과거 같은 태도로 잘못 대응하면 세 번째 신뢰 상실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우리 잘못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 수원에서 열린 당원 대상 강연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솔선했으면 좋겠다. 왜 남의 잘못은 지적하면서 우리 잘못은 숨기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돈봉투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로부터 돈봉투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법이 있다면 제2의 창당 수준으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송 전 대표 거취 문제를 의논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송 전 대표의 탈당 권고·제명 여부에 대해 “내일(22일)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자체적인 진상조사는 하지 않기로 거듭 결론 내렸다. 권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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