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메모리 감산 결정, 주가는 올랐는데… "이러다 인텔 꼴 난다” 경고?

2023. 4.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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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감산 결정 이후, 반도체 수급 개선 가능성...외국인 투자 몰리며 주가 상승
"글로벌 반도체 1위 삼성, 안주하고 있다" 경고도...과거 인텔 몰락 '반면교사' 삼아야
삼성의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결정을 두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감산 결정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지금처럼 반도체 D램 점유율 1위에 안주하면 인텔처럼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 온 삼성은 지난 4월7일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약 25년 만이다. 삼성은 그 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장을 바꿨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8%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에서 감산에 돌입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 삼성전자까지 이와 같은 감산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의 이례적인 감산 결정으로 반도체 시장의 ‘치킨 게임’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위원은 4월19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3분기부터 수급개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몰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 들어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조8000억원을 기록해 외인 보유 비중이 51.52%로 연초 대비 1.85%p 증가했다"며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절대적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감산 효과로 반도체 수급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산업의 도전을 선언한 1983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도쿄 선언'.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1위인 삼성이 투지와 도전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14일 “삼성은 인텔과 같은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투지와 도전 정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이 선대회장은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그는 “한국에 원자재는 부족해도 교육받고 부지런한 인력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 저널리스트 제프리 케인이 쓴 ‘삼성 제국’을 인용해 삼성의 임원들이 도전 정신을 다지기 위해 서울에서 산을 넘어 하룻밤 행군 훈련을 받은 일화와, 6개월만에 완공된 삼성의 첫 반도체 공장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일화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삼성의 투지와 도전 정신, 그리고 철저한 업무 윤리가 삼성을 메모리 시장의 난공불락으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봤다.

그러나 최근 삼성의 감산 결정은 "삼성 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은 과거의 인텔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선두를 지켜온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지난 10년간 자본 지출이 안정화됐고, 반도체 3사가 합리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이 잡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의 이와 같은 발언이 2035년까지 약 3000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성장이 전망되는 전체 D램 시장의 성장세에 편승하는 데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D램 시장을 과점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강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정상의 자리가 너무 안락한 나머지, 더 이상 경쟁사로부터 더는 점유율을 빼앗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2030년까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면서 시장의 58%를 장악하고 있는 TSMC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체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함께 생산하는 삼성의 사업 모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D램과 낸드 제조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혁신적 우위를 잃고 있다”며 “2010년대 후반, 첨단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삼성에 밀리기 시작할 당시 챔피언 인텔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거 오랫동안 반도체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2010년대 후반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공정에서 뒤쳐지며 삼성과 대만의 TSMC에 밀려났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10위권 밖이다.

삼성이 인텔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진정한 근성’으로 불리는 ‘리(이 선대회장)’의 스타일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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