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 공공이 매입해 피해자에 임대
23일 고위당정협의회서 논의…법개정 필요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인다.
LH, 지방공사 등 공공의 매입임대주택 예정 물량은 올해 3만5000호인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최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동탄, 대전, 부산 등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공공이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공공이 주택을 매입하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퇴거당하지 않고 살던 집에 그대로 살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방안을 밝혔다.
원 장관은 “전세 피해가 시급하고 워낙 절박한 만큼, 이미 예산과 사업 시스템이 갖춰진 LH 매입임대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범정부 회의에 제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LH 매입임대주택은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사들인 뒤 개·보수해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LH는 올해 주택 2만6000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여기에 책정된 예산은 5조5000억원이다.
LH는 강북 미분양 주택을 고가 매입했다는 논란으로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기준을 조정하느라 이달 들어서야 매입 공고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된 물량 2만6000호 대부분을 피해 주택 매입에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와 지방공사의 매입임대주택 물량 9000호를 포함하면 총 3만5000호 매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주택도시기금 운용 계획을 변경해 매입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매입임대주택의 평균 가격은 호당 2억원 정도다.
우선 매입 대상은 경매로 나온 피해 주택이다.
원 장관은 “올해 매입임대주택 사업 물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만으로도 피해 주택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규모”라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추가 물량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하는 피해 임차인에게는 경매에 나온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줄 계획이다. 피해 주택을 구입할 의사는 없지만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길 바라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LH가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하게 된다.
LH 매입임대는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추홀구, 강서구의 전세사기 피해 물건은 대부분 역세권에 있다”며 “비록 사기당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공공이 매입했을 경우) 전세 수요는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공이 피해 주택을 사들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인천 미추홀구 사례처럼 선순위 채권자가 있는 경우 보증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경매 절차를 통해 공공기관이 매입하며 지불한 대금이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 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청구’ 방안에 대해선 재차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재원은 나오지 않는다”며 “공공이 주택을 사서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처럼 혼동을 일으키고, 정쟁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주택을 전세사기 주택으로 볼지도 정리해야 할 문제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손실이 발생한다고 모두 전세사기 피해 주택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 전세금 미반환인지, 전세사기 피해 물건인지 기준을 정하고 매입 대상을 심의할 주체도 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오는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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