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살찔까 걱정돼'…술엔 영양성분 표시 왜 없지?

이지현 기자 2023. 4.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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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0g, 당류 0g, 지방 0g, 단백질 0g.

요즘 유행하는 '제로 슈거 소주'의 영양성분표입니다. 열량은 100㎖당 90kcal. 1g당 7kcal 정도 하는 알코올의 열량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로 슈거 소주 말고, 일반 소주나 맥주에는 왜 영양성분이 표시되지 않는 걸까요.

'제로 슈거 소주'의 영양성분표. 〈사진=이지현 기자〉

■ '의무' 아닌 주류 영양성분 표시…“영양적 가치 없어서”

마트에서 파는 많은 식품과 음료수들은 의무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열량과 함께 탄수화물, 당류, 지방, 포화지방, 단백질 등 성분 함유량을 표시해야 하죠.

하지만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는 '자율'입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주류는 알코올 이외의 영양성분이 미비하다”면서 “영양적 가치가 없어서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도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품은 성분을 따져보고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영양성분을 꼭 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술은 기호 식품인 데다, 성인만 마실 수 있다 보니 영양성분 표시를 굳이 의무화하지 않았던 겁니다. 대부분의 주류에서 영양성분표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죠.

일반 주류에는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사진=이지현 기자〉


■ '탄수화물 0g·당류 0g' 성분 표시하는 제로 슈거 소주

제로 슈거 소주가 영양성분표를 표시하는 것은 그러면 왜 그럴까. 업계에선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을 넣지 않은 소주'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성분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셨다면 요즘은 음미하고 피로를 풀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도수보다는 술의 성분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탄수화물이나 당류 등의 함량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주류 제조업체들도 그에 맞춰 제로 소주를 내놨고, 마케팅 요소로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 소비자 니즈가 달라졌다…”열량 표시 확대”

요즘 소비자들은 영양성분에 민감합니다.

식약처가 지난 2021년 만 2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주류에 영양성분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식약처와 주류업계는 2025년까지 주류 열량 표기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식약처와 주류업계는 우선 '열량' 표시부터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까지 연 매출이 120억 원 이상인 업체들이 주류 제품에 열량을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주 1병(360㎖)의 평균 열량은 408kcal입니다. 맥주 1병(500㎖)은 236kcal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 매출 120억 원 이상인 업체들이 주류 시장의 72%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업체들이 열량을 표시한다면 시중에 파는 주류에는 대부분 열량이 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주류 제조업체들은 단순히 열량을 넘어 영양성분 표시까지 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주류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형 주류 회사들은 올해 안에 소주, 맥주, 청주 등에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빠르면 2분기 말, 3분기 초부터는 영양성분이 표기된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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