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NG값 뛰면 달러 환전 수요 부담"···하반기 재추진 할수도
1년새 원·달러환율 200원 널뛰기
원화 가치 변동성 최소화 나섰지만
가스公 주주반발 의식 거절 관측 속
전문가들도 "외환스와프 체결 필요"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흐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4월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6월 1300원을 돌파하더니 9월에는 1440원을 찍고 올 2월 다시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런 널뛰기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시장에서 달러 환전 수요가 크다 보니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한은은 이달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를 350억 달러로 확대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것도 같은 논리다.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그 결과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변동성을 초래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율 관리를 위한 고육책 성격이 있다.
다만 가스공사와 국민연금의 결정은 엇갈렸다. 가스공사는 3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 리스크에 노출돼 외환스와프를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상장사로서 주주 반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만약 가스공사가 외환스와프 체결 후 환 손실을 입으면 이는 파생상품 손실로 잡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된다. 가뜩이나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값 급등의 여파로 미수금이 10조 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파생상품 손실까지 늘어나면 주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스공사는 이미 지난달 무배당을 강행하며 주주 반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달리 보면 제 코가 석 자인 가스공사에 SOS를 칠 만큼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크고 이런 불안감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수 있음을 외환 당국이 그만큼 우려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 안정세를 찾는 듯하던 원화 값은 최근 다시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내내 매일 10원 이상의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달 20일에는 한때 1330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날도 장중 1330원을 찍었다.
특히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 약화가 지목되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배경에도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까지 14개월 연속 무역적자, 7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 행진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부진에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성수기 도래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뛸 수 있는 점도 정부가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와 성장률 저하 등을 고려하면 올해 경제 흐름이 정부가 전망한 ‘상저하고(上低下高)’대신 ‘상저하중(上低下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환스와프 논의가 무산돼 가스공사는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남게 됐다.
기재부도 가스공사와의 외환스와프 체결 여지를 남겼다. LNG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경우 재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LNG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환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OPEC+의 감산 결정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로 원유 값과 연동된 LNG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펀더멘털 우려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가스공사) 외환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공법’인 가스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가 외환스와프를 거절한 결정적 이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수금에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은 요금 인상이기 때문이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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