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기자들 발로 뛰던 착한어린이신문 '눈물'의 휴간

윤유경 기자 2023. 4. 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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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등 지원 중단되며 재정적 어려움
'어린이'가 지면의 주인공이었던 착한어린이신문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어린이들이 직접 신문제작에 참여하는 등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지역신문 <착한어린이신문>이 창간 10년 만에 휴간한다. 서울 등 대도시가 아닌 충청지역에서 만들어왔고 특히 미디어에서 소외된 존재인 어린이들의 신문이 발행을 중단하게 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착한어린이신문은 올해로 10년째 도내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발행해 온 충북지역의 유일한 어린이신문이다. 2014년 1월 어린이신문 발행을 위해 사단법인 '밝은세상플러스'를 만들고 같은 해 4월14일 착한어린이신문 창간호를 냈다. 8년 간 국제구호개발 NGO 한국월드비전이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모금한 기금 중 일부를 지원받아 충북도내 초등학교 260여 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격주간 5만부씩 발행해 왔다. 인쇄와 편집 등은 충북지역신문인 동양일보에서 담당했다.

▲ 착한어린이신문 156호 1면

2021년을 끝으로 월드비전의 자금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지난해 그동안 적립했던 내부 유보금과 제천시, 진천군, 음성군, 괴산군, 단양군 등 5개 시·군 장학회에서 지원해준 제작 지원금으로 1년간 발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결국 재정 부족을 이유로 지난 17일 156호 발행을 끝으로 휴간을 결정했다.

나기황 밝은세상플러스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교육 관계자들에게 호소문도 써보고 신문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휴간하게 됐다”며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열정을 다해 글자, 편집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만들어왔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금난으로 접어야 된다는 게 너무 서글퍼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착한어린이신문 발행이 주 사업이었던 밝은세상플러스는 다가오는 6월 해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2023년 1월12일 동양일보 지면에 실린 착한어린이신문 호소문

착한어린이신문은 그간 충북지역 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소통 공간 역할을 해왔다.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신문'을 목표로 하는 착한어린이신문에는 초등학생 100여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기자단'이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기사부터 학교 내 미담사례, 해외토픽을 소개하는 '해외화제', 생활영어를 알려주는 '나도 한마디' 등 다양한 주제의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이야기를 실었다. 학생회장이 되면 포부를 글로 남겨놓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각자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를 전하며 다른 학교 활동을 탐방할 수도 있었다.

▲ 착한어린이신문 7회 글 그림 공모전에서 그림부문 수상작이 2020년 11월23일자 지면에 실린 모습

어린이를 위한 사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 어린이신문의 역할은 더 특별했다. 착한어린이신문에서는 충북 지역 어린이들의 글과 그림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충북도교육청의 도움으로 우수한 작품을 낸 어린이는 교육감상을 받았다. 지역 내 장애인어린이가 체험활동을 진행할 때는 버스를 지원하는 '드림버스 붕붕' 사업의 경우 충북진로교육원, 충북특수교육원 등이 협조했다. 교사들과 학부모 서포터즈를 구성해 학교현장에 의견을 내고 모니터링을 하는 활동하기도 했다.

미디어에서 소외된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착한어린이신문>

언론과 미디어에서 '어린이'는 주체가 아니다. 유일하게 '어린이'가 지면의 주인공인 신문이었기에 어린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착한어린이신문을 통해서 나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요즘은 학생들이 신문을 접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래서 착한어린이신문은 우리에게 너무너무 소중한 신문이다. 앞으로도 착한어린이신문이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였으면 좋겠다. 우리의 꿈과 희망이 있는 착한어린이신문!”(착한어린이신문 155호, 문백초 6학년 윤서준)

때문에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들도 착한어린이신문의 휴간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30일자로 지정기부금 공익법인에 선정되자 제일 먼저 성금을 낸 사람도 제천 백운초 6학년 어린이였다.

착한어린이신문 휴간 소식을 다룬 지난 14일 동양일보 기사에 따르면 박아무개 학생은 “친구들의 재미있는 글과 그림, 십자말풀이도 재미있었고 다른 학교 친구들의 여러 가지 활동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 더 이상 못보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아이들이 하교 후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우리 학교가 나왔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학부모들이 보기에도 유익한 정보가 많았는데 이렇게 휴간된다니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 착한어린이신문 156호 6면

기사에는 충북도내 지자체가 도교육청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데,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연간 2억원도 들지 않는 어린이신문 제작·배포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담겼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선거 때부터 어린이신문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실렸다. 학부모들끼리 힘을 합쳐 착한어린이신문을 정기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의견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장 사무실 운영 문제와 부족 자금 때문에 실천에 이르지 못했다.

마지막호인 156호에는 '어린이를 위한 신문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방재윤 발행인은 1면에서 휴간 소식을 알리며 “신문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 가던 많은 어린이, 만물박사와 십자말풀이를 보내며 다음 호를 기다리던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착한어린이신문에 좋은 글을 보내주신 분들과 후원해 주신 분들, 학교에서 적극 협조해 주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클 수 있는 세상은 착한어린이신문이 바랐던 목표다.

나 사무총장은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지식 사업밖에 없다”며 “어린이들을 위한 정서적인 다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벌써 대학생이 된 이들도 한 번이라도 글이 실린 학생들은 자신의 글이 신문에 실렸다는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어린이신문 포럼을 열어서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 자유롭게 대화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놀랄만한 발전, 성숙한 생각과 제안을 볼 수 있었다. 신문이 참 필요하구나, 꼭 신문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접점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 착한어린이신문 156호 12면.

나 사무총장은 “어린이들, 학부모, 교사 할 거 없이 전반적으로 개인주의로 흐르며 주위에 관심을 갖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착한어린이신문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이웃사회에 스스로 관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어린이들이 큰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듯이 경쟁과 생존에 대한 기술만 터득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길을 만들고 나아갈 수 있는 정서적인 힘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이 이어져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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