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강보험료 편법, 진정 노인들을 탓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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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연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아무리 나이 많은 노인이라도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야 한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젊어서 국민연금을 열심히 부어 생긴 소득은 소득으로 보고 2000만원이 넘으면 건보료를 부과하는데, 젊어서 적금을 열심히 부어 만든 목돈을 노후에 2000만원씩 찾아서 쓰면 그에 대해선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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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우리나라에서 연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아무리 나이 많은 노인이라도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야 한다.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있는데 그 소득에 비례해 건보료를 내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노인이 되면 직장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건보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직장인들처럼 월 소득의 3.5%를 내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재산과 자동차 등을 반영해 더 많은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받는 게 그 정도거나 오피스텔 한 채를 노후 대비 수단으로 삼았던 월세소득자들도 건보료를 따로 내라고 한다면 그건 다른 얘기가 된다.
노후에 어딘가에서 찾아 쓰는 모든 돈을 소득으로 간주하고 건보료를 매기겠다는 것이라면 그것도 이해하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젊어서 국민연금을 열심히 부어 생긴 소득은 소득으로 보고 2000만원이 넘으면 건보료를 부과하는데, 젊어서 적금을 열심히 부어 만든 목돈을 노후에 2000만원씩 찾아서 쓰면 그에 대해선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똑같은 돈을 벌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돈은 국민연금으로 모으게 했다가 그걸 꺼내 쓸 때는 건보료를 부과하고, 자영업을 해서 번 돈은 주식이나 펀드 혹은 예금으로 모았을 텐데 그걸 꺼내 쓸 때는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합리화되지 않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샀다면 거기서 나오는 돈에는 또 건보료를 매긴다. 이번에는 연 2000만원이 아니라 연 500만원만 넘어도 건보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연 500만원을 벌면 500만원에 대해서만 매기는 것도 아니다. 그가 보유한 모든 부동산과 모든 자동차를 소득으로 환산해 부과한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편법이 월세는 40만원, 관리비는 60만원이라는 이상한 월세계약의 등장이다. 임대소득은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만을 합산해 계산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인데 그런 편법을 동원하는 임대인을 나무라기 어렵다. 월세를 42만원 이상 받는 순간 한 달에 42만원이 넘는 건보료가 부과되기도 하니 그런 편법을 쓰는 것인데, 그 내막을 들어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정당방위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건보료 부과 체계는 꼬여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건강보험 재정이 곧 파탄 날 상황이라 그렇다.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그보다 어린 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든다는 의미인데 그 속뜻은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은 급증하고 그 병원비를 건보료라는 명목으로 납부하는 사람은 급감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어딘가에서 건보료를 더 걷어야 하는데 안 걷던 건보료를 더 걷으려고 하니 돈이 좀 있을 것 같은 계층을 겨냥할 수밖에. 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부자들도 대부분 노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노인은 소득이 있다고 다 부자는 아니기 때문에 도처에서 이런 모순과 편법들이 생긴다.
우리 인구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까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엄청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분야가 의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의 나라가 되면 줄일 수 없는 비용이 의료비인데 그걸 감당할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인은 급증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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