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 전략 유연하게 … 20년간 공격적 투자로 고갈 늦출것"

임성현 기자(einbahn@mk.co.kr),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4.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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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나선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진행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연금 수익률 제고,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운용 수익률 -8.22%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수익률로 평가손실만 80조원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연금개혁은 첫 단추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빈손'으로 막을 내리면서 자칫 기약 없이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위 주인 없는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둘러싼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취임 8개월을 맞은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진행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해외·대체투자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수익률 제고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 -8.22%를 기록했지만 노르웨이 GPFG(-14.1%)와 네덜란드 ABP(-17.6%) 등은 더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캐나다 CPPIB는 대체투자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높아 우리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10년 수익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3년, 5년, 7년, 15년 수익률은 낮지 않다. 지난해 평가손실이 컸지만 올 들어 수익률이 상승해 3월 기준 잠정 6%대 수익률을 회복했다.

―자산 배분이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산을 배분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과거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낮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응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대체투자 부문 수익률이 우수했던 만큼 이 부문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과도기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 자산 배분도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 시계를 바탕으로 기금 성장 국면과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시점을 고려해 장기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 대상을 발굴해 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생각이다. 관계부처와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는다.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기금본부에서도 원하고 있고 현재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기금운용위원회도 자산 배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 자산 배분 과정에서 수익률이 90% 이상이 결정되는 구조인데 자산 배분 체계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이를 개선하고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해외·대체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해외는 여러 연기금이 이미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했다. 앞으로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이 오르면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기간도 더 길어질 것이다.

―대체투자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은.

▷대체투자는 거래 상대방과 직접 만나 협의를 거쳐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운용사, 기관투자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거래비용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투자인력을 양성해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해 좋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다. 전반적인 해외투자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해외사무소 근무 기회를 확대하고, 해외기관과 교류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무형자산이 될 것이다.

―해외사무소 역할 어떻게 달라지나.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을 직접투자하도록 한다든지 해외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전초기지이자 교두보 역할을 하게 할 생각이다. 영국·미국 등 해외사무소에 팀장급을 보냈는데 이번에 실장급을 보낸 것도 책임을 지고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차원이다. 인력 확대는 물론이고 직접투자 기능을 강화할 생각이다. 뉴욕·싱가포르사무소를 중심으로 액티브 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현지 트레이딩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보강할 것이다. 해외 채권투자는 수익성이 높은 신흥국 채권이나 BBB등급 이하 채권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사무소는 신규 자산 투자 전략 기능을 강화해 아시아 투자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할 것이다. 해외 기업 분석능력을 높이면 해외 기업공개(IPO)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운용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은.

▷우수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을 추진할 생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3년간 운용 수익률과 연동해 성과급을 받는 구조였다. 기본급이나 성과급을 높여야 우수인재가 모일 것이다. 해외투자 인력 양성 프로그램(NPS WING)과 전 세계 연수 기회도 다양하게 제공할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에서 근무하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또 서울에 기금운용본부 전용 스마트센터를 구축해 업무 처리를 용이하게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국민연금 정주여건이 나아지도록 할 것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는데.

▷국민연금 의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반대편에서는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는 부분도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차원이다. 전 세계 트렌드도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1966년 경남 진주 출생 △대아고 △서울대 경영학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서기관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보험과장·금융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2022년~현재 국민연금 18대 이사장

[임성현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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