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줄 알았더니…美집값 11년만에 최대 하락
SVB發 침체에 거래절벽
이사철 불구 수요 확 줄어
3월 매매 전월비 2.4% 뚝
깜짝 반등 한 달 만에 꺾여
지난달 미국 주택 가격이 2012년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월 '깜짝' 반등하며 회복하는 듯 보였던 주택 거래도 다시 급감하면서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3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444만건으로 전월보다 2.4% 줄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2% 급감했다.
지난 2월에 전월 대비 약 14% 급증한 455만건을 기록하며 깜짝 반등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꺾인 것이다. 특히 고가 주택일수록 거래가 크게 줄었다.
매매 건수뿐만 아니라 거래 가격도 급락했다. 3월 기존 주택 중위 가격은 37만57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0.9% 하락했다. 이는 2012년 1월 이후 약 11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2월 미국 집값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중위 가격이 다소 올랐다. 주택 평균 가격은 작년 6월 41만3800달러였는데 9.2% 내렸고, 특히 가파르게 오르던 서부 주택 가격이 가장 빠르게 하락 중이다.
봄 이사철에도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WSJ는 "지난해 미국 주택시장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높은 주택 가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통상적으로 3월은 매매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데 3월마저 주택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전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도 주택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설상가상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면서 대출시장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작년 가을 연 7%를 넘어서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연 6%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연 6.39%로, 1년 전(연 5.11%)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WSJ는 최근 5주 연속 하락하던 금리가 이번주 다시 상승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의 대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새 집을 산 사람은 다시 이사할 필요가 없고, 많은 주택 보유자가 낮은 모기지 금리를 포기하기를 꺼린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택 공급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주택 건설 척도인 3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보다 0.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래 주택 건설을 가늠할 수 있는 주거 허가는 8.8% 줄었다.
다만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택시장이 저점을 찍고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와 월세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준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뀌고, 향후 1년 안에는 중립에서 완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 매매는 꾸준히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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