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폐쇄 요청도 거부··디시인사이드, ‘표현의 자유’ 방패삼아 책임 ‘쏙’

경찰이 10대 여고생 투신 생중계 사건 이후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요청했지만 디시인사이드가 거부했다. 성희롱, 혐오, 자살 조장 게시글이 올라올 뿐 아니라 성착취 등을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통로로 활용된다는 증언이 이어지는데도 디시인사이드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 A씨는 21일 통화에서 “전날 경찰 측에 ‘폐쇄 방법은 안 좋을 것 같다’라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는 “갤러리는 회사 개인 소유물이 아닌 이용자들의 저작물이 올라오는 곳”이라며 “해당 갤러리를 폐쇄한다고 거기에 글 쓰던 사람들이 없어지는 곳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글을 남기면 더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며 경찰의 폐쇄 요청을 거부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디시인사이드에 “투신 영상과 고인에 대한 악성 게시물 유포로 인해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관계로 폐쇄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고층건물에서 투신한 10대 청소년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난 ‘신대방팸’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방심위는 경찰 요청을 받고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 일시차단을 검토 중이다.
자신의 우울감을 호소하러 오는 곳인 우울증 갤러리는 극단적 선택을 종용할 뿐만 아니라 ‘n번방’식 범죄의 또다른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터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는 10대 청소년들을 ‘그루밍’(길들이기)하고 성착취 등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한 여성 청소년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20년 당시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으로부터 성폭행과 불법촬영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우울증 갤러리는 범죄 피해자의 ‘2차 가해’ 온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여학생 투신 소식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고인을 성희롱하거나 신상을 유추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도 우울증 갤러리에는 여고생 투신 영상을 찾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댓글이 달렸다.

디시인사이드는 모니터링을 통해 고인에 대한 2차 가해성 글과 자살을 조장하는 글을 지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시인사이드는 그간 특정 갤러리나 게시글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디지털성폭력 상담가 무화(활동명)씨는 “디시인사이드는 우울증갤러리 등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트래픽에 따른 광고수익 등 직·간접적 이익을 보고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책무를 지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와 ‘개입 범위의 한계’를 언급하는 것은 변명에 가깝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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