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는 젊은 의사일까
이상적인 의사상은 비슷
본연의 소명에 충실한 것
그것이 바로 젊은 의사
얼마 전 모교 의과대학이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주제를 보는 순간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젊은 의사가 되고 싶은 의사'라는 주제로 과거에 비해 달라진 의사들의 사고방식과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상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발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나로서도 이번 주제는 너무 어려워서 며칠을 끄적이다 정중히 요청을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찬찬히 해보니 왜 이렇게 이번 주제를 내가 어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내가 '젊은 의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젊은 의사, 소위 말하는 요즘의 신세대 의사가 어떤 의사가 되고 싶고, 요즘 의료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다. 그래서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뉴스 등을 언론 검색 등을 통해 알아보기도 하고, 요즘 핫한 챗GPT에 물어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어떤 부분에선 흥미로웠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환자 중심의 진료와 전문성, 자기 계발을 중요시하며 윤리적인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 아울러 동료 의사들과 협동과 소통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젊은 의사들만이 추구하는 것일까? 아마도 10년 전, 20년 전에도 얘기하던 모든 의사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체 '젊은 의사'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보았다. 젊음이란 꿈, 낭만, 패기, 열정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의사의 '사' 자는 다른 직업들에 붙는 '선비 사'나 '일 사'와는 다르게 한자로 '스승 사'를 쓴다. 그렇다면 적어도 젊은 의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의료에 있어서 열정을 가진 그런 의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병원에는 젊게는 30세부터 많게는 68세의 의사들이 계신다. 이분들 중 누가 젊은 의사인지는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닌, 나름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진료를 다하는 열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이가 젊은 의사들은 우리의 선배 의사들에 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이전과는 달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의사들로 구성된 협회 차원뿐만 아니라 의대생, 전공의 자체 내에서도 여러 가지 협의체 등을 만들고 때로는 정부와 의료계의 일원으로서 대화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통적인 의미의 진료하는 의사로서의 길뿐 아니라 사업 및 투자가, 연구개발자, 기업의 의료 파트, 의학전문기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학과 다른 영역의 융합을 이루어내고 있다.
그럼 나이가 젊은 의사들만 일을 하고 있냐면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정년을 하신 교수나 은퇴하실 수 있는 나이의 의사들도 본인의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지속적으로 진료를 하시는 분도 있고 보건소, 국가기관, NGO 등에서 의사 본인의 소임을 다하시는 분도 계신다. 나는 이러한 분들을 '생각이 젊은 의사'라고 부르고 싶다. 일본의 101세 된 다나카 요시오라는 의사의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나이가 젊더라도 이미 현실과 타협하여 본인의 열정과 꿈을 잃고 지내는 의사와 나이가 젊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의사의 모습 중에서 우리는 과연 누가 더 젊은 의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가 젊을 때 가지고 있던 열정과 꿈을 나이가 들어감에도 계속 가지고 있는 의사가 진정으로 '젊은 의사'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이번 강의 때 하려고 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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