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가 '여론조사규제법' 제동, 조사기관 난립 이대로 둘건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여론조사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발의한 '여론조사 규제법'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엉터리 여론조사를 막기 위한 여당 입법에 선관위가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인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장 의원이 작년 11월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정치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도 '선거 여론조사'에 포함시키고 '응답률 5% 미만'으로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조사는 공표를 금지하자는 게 골자다. 1년 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업체의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선관위가 "과잉 규제"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지난 3월 현재 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기관만 88곳이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보다 6배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영세업체들이다. 대부분 원가를 낮추려고 날림조사를 하기 때문에 공신력이 떨어진다. 한국조사연구학회가 올 1월 "부실·영세기관은 조사 품질의 하락과 신뢰성 저하,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며 선관위에 제도 개선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격 미달의 여론조사 업체가 후보·정당 지지율 조사만 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정치 현안을 조사해 공표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선관위에 미등록된 업체가 심의·검증도 받지 않은 채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한 상식 밖 조사를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법의 맹점 탓이 크다. 더구나 업체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이었다고 하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갤럽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반 조사 논란처럼, 여론조사 때 조건과 설명을 달아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난립과 부실 조사는 민의를 왜곡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다.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회복하려면 업체의 등록·퇴출 요건 강화와 응답률 기준 설정 등 엄격한 관리가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처럼, 여론조사 표본시스템의 과학화도 절실하다. 엉터리 조사로 더 이상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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