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종시 공무원도 '주택왕'에 보증금 떼였다
보증금 못받은 세입자 속출
지급명령 신청한 공무원도
3월 보증 사고 역대 최다
전국 25곳 '깡통전세' 위험
◆ 전세사기 대책 ◆
전세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화성 동탄시와 구리시에서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공무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세종시에서도 주택을 수백 채 소유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 현상도 이어지고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 일대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전세 만기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일대의 주택 수백 채를 보유한 A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를 못 구해 일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 중인 공무원 B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보증금 지급명령을 신청한 상태다.
A씨는 세종시뿐만 아니라 광주 등 전국에 주택을 보유하고 10년 이상 임대사업을 해온 임대사업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갑작스럽게 아파트는 임대 주택에서 제외하며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아 재정 상황이 악화됐고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임대료도 5% 이내로 올리며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막혀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까지 확산되자 지난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접수된 보증사고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HUG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건수는 1385건, 사고액은 3199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와 액수 모두 월간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깡통전세' 우려 지역은 25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축왕 사태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가율은 89.9%, 인천 남동구는 88.9%, 인천 부평구는 85.6%로 인천 지역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높았다. 대전 대덕구의 경우 최근 3개월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무려 131.8%에 달했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팔아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통해 모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LH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용으로 전국 2만6461가구를 매입할 계획이었는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우선 매입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기를 원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갖도록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23일 고위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안이 발표된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기존에 받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을 저리의 주택도시기금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시행된다. 24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5월엔 5개 기금수탁은행에서 최저금리 연 1.2%로 최대 2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본원과 인천지원에 각각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를 개소했다.
[김유신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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