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세원, 링거 맞고 쇼크사?…"이상한 점 있다" 사망 원인 '경우의 수'

정심교 기자 2023. 4.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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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세원. /사진=뉴스1


방송인 서세원(67) 씨가 지난 20일 캄보디아 한 병원에서 '링거(수액)'를 맞고 심정지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링거의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 씨는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 사망 전날 식당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컨디션을 보였다는 점 외에 사망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없는 데다, 캄보디아 해당 병원에서도 정확한 사인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링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연 링거를 맞고 쇼크가 찾아올 수 있을까.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우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수액을 맞고 쇼크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쇼크가 찾아올 가능성을 '0'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액을 포함해 주사를 맞고 생기는 쇼크의 1순위 원인은 아나필락시스(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 반응) 같은 면역반응"이라며 "아나필락시스는 항생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조영제 등을 주사로 맞았을 때 이들 물질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에서 맞는 일명 '마늘주사', '비타민 주사' 같은 영양주사 수액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섞인 경우가 많다. 과거 아나필락시스 같은 쇼크를 경험했거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있다면 의사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
고혈당 때 포도당 주입하면 12시간 내 사망할 수도

기저질환 때문에 수액 요법 후 쇼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서 씨의 경우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앓아 왔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일부 보도를 참고하면 서 씨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고 고혈당 때문에 체중이 많이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럴 때 힘이 없어서 병원을 찾았고, 이럴 때 포도당 수액을 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 급성 합병증으로 갑자기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예컨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병했을 경우 인슐린 치료 등 혈당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이 산성화해 8~12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환자에게 포도당을 더 주입하면 사망 위험이 더 커진다. 박정환 교수는 "캄보디아처럼 의료환경이 비교적 낙후한 곳에선 수액 중에서도 '기초 수액'인 생리식염수나 포도당 수액이 위주였을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이 든 수액을 함부로 맞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영양주사'로 불리는 '고급 수액' 가운데 아미노산이 든 수액은 혈당을 높이지 않고, 무균 상태의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거나 의료환경이 낙후된 국가엔 고급 수액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당뇨병의 동반 질환도 사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현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동맥경화,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며 "예컨대 당뇨병과 함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수액을 과도하게 맞으면 심장에 부담이 가해져 급성 부정맥·심부전 등으로 상태가 악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당뇨병을 앓아온 서 씨의 경우 수액 요법 때 공교롭게도 심근경색·뇌졸중 등이 갑작스레 발병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수액 요법을 특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기저질환이 있다. 심장·콩팥·간·폐 질환이 대표적이다. 수액은 몸속 체액을 늘리는데, 이에 따라 각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심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수액을 보충하면 수액이 심장으로 들어갈 때 가뜩이나 기능이 좋지 않은 심장에 무리하게 일을 더 시키는 셈이 된다는 것. 폐 기능 저하자에게 수액을 보충하면 숨이 차거나 폐부종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간경화처럼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겐 수액 요법 후 복수가 차거나 다리가 심하게 부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이들 질환이 있는 사람은 수액 주입 속도를 천천히 해야 하는 등 체액량 조절에 신경 써야 하므로 의사에게 사전에 반드시 기저질환 여부와 그 종류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도 반드시 알려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포도당을 넣는 수액의 경우 혈당 조절을 위해서다.

영양제를 먹듯 수액을 너무 자주 맞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수액 요법은 본래 탈수가 심하거나, 영양실조 환자의 영양 보충, 패혈증 같은 급성기 상태에서 수액을 보충하는 목적에서 실시한다. 김우현 교수는 "한국인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 만큼 영양 보충을 목적으로 수액을 선호하는 편인데 특히 병·의원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수액을 맞는 '닥터 쇼핑'은 위험할 수 있다"며 "자주 다니는 병·의원에서 자신의 기저질환을 잘 아는 의사를 주치의로 삼아 수액 요법 후 나타날 수 있는 쇼크 등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응급처치 여부, 수액 내용물이 원인일 수도
하지만 이번 서 씨의 사망을 두고 전문의들은 "병원에서 수액 요법을 받고 나서 환자가 사망했다는데 기저질환으로 인한 급사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레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환자에게 수액을 주사할 때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데,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다면 에피네프린(아나필락시스 쇼크 치료제)을 투여하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기도가 좁아졌다면 기도를 확장하고, 혈압이 떨어졌다면 혈압을 높이는 등 응급처치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고기동 교수는 "서 씨의 사인을 정확하게 알 길은 없지만, 수액에 들어간 물질에 따라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수액 종류에 따라 전해질 중에서도 함량 조절에 주의해야 하는 게 바로 칼륨·칼슘이다. 칼륨은 전기 신호도를 낮추고, 칼슘은 전기 신호도를 높인다. 고 교수는 "칼륨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심장이 뛰지 않게 되고, 칼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심장이 심하게 수축해 심정지가 올 수 있다"며 "칼륨·칼슘 농도가 높으면 모두 부정맥을 일으켜 심정지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서 씨의 경우 수액에 누군가가 일부러 독극물 같은 유해 물질을 넣지 않았고 수액으로 인한 쇼크가 확실하다면 칼륨·칼슘의 농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액을 맞고 숨쉬기가 어렵거나 콧물이 나오고, 어지럽고 메스껍거나 구토가 일고,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가렵다면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고기동 교수는 "수액을 맞고 쇼크가 찾아올 확률은 매우 적으므로 무조건적인 공포심을 갖거나, 수액을 처방받고도 기피하는 건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링거는 19세기 영국의 의사 시드니 링거(Sydney Ringer)가 발명한 치료용 수액이다. 이후 알렉시스 하트만(Alexis Hartmann)이 산성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액에 젖산을 넣어 하트만 수액(Hartmann's solution)을 개발했다. 우리가 흔히 '링거'라고 부르는 수액은 하트만 수액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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