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세원, 링거 맞고 쇼크사?…"이상한 점 있다" 사망 원인 '경우의 수'
방송인 서세원(67) 씨가 지난 20일 캄보디아 한 병원에서 '링거(수액)'를 맞고 심정지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링거의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 씨는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 사망 전날 식당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컨디션을 보였다는 점 외에 사망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없는 데다, 캄보디아 해당 병원에서도 정확한 사인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링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병했을 경우 인슐린 치료 등 혈당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이 산성화해 8~12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환자에게 포도당을 더 주입하면 사망 위험이 더 커진다. 박정환 교수는 "캄보디아처럼 의료환경이 비교적 낙후한 곳에선 수액 중에서도 '기초 수액'인 생리식염수나 포도당 수액이 위주였을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이 든 수액을 함부로 맞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영양주사'로 불리는 '고급 수액' 가운데 아미노산이 든 수액은 혈당을 높이지 않고, 무균 상태의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거나 의료환경이 낙후된 국가엔 고급 수액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당뇨병의 동반 질환도 사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현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동맥경화,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며 "예컨대 당뇨병과 함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수액을 과도하게 맞으면 심장에 부담이 가해져 급성 부정맥·심부전 등으로 상태가 악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당뇨병을 앓아온 서 씨의 경우 수액 요법 때 공교롭게도 심근경색·뇌졸중 등이 갑작스레 발병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수액 요법을 특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기저질환이 있다. 심장·콩팥·간·폐 질환이 대표적이다. 수액은 몸속 체액을 늘리는데, 이에 따라 각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심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수액을 보충하면 수액이 심장으로 들어갈 때 가뜩이나 기능이 좋지 않은 심장에 무리하게 일을 더 시키는 셈이 된다는 것. 폐 기능 저하자에게 수액을 보충하면 숨이 차거나 폐부종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간경화처럼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겐 수액 요법 후 복수가 차거나 다리가 심하게 부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이들 질환이 있는 사람은 수액 주입 속도를 천천히 해야 하는 등 체액량 조절에 신경 써야 하므로 의사에게 사전에 반드시 기저질환 여부와 그 종류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뇨병도 반드시 알려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포도당을 넣는 수액의 경우 혈당 조절을 위해서다.
고 교수에 따르면 수액 종류에 따라 전해질 중에서도 함량 조절에 주의해야 하는 게 바로 칼륨·칼슘이다. 칼륨은 전기 신호도를 낮추고, 칼슘은 전기 신호도를 높인다. 고 교수는 "칼륨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심장이 뛰지 않게 되고, 칼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심장이 심하게 수축해 심정지가 올 수 있다"며 "칼륨·칼슘 농도가 높으면 모두 부정맥을 일으켜 심정지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서 씨의 경우 수액에 누군가가 일부러 독극물 같은 유해 물질을 넣지 않았고 수액으로 인한 쇼크가 확실하다면 칼륨·칼슘의 농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액을 맞고 숨쉬기가 어렵거나 콧물이 나오고, 어지럽고 메스껍거나 구토가 일고,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가렵다면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고기동 교수는 "수액을 맞고 쇼크가 찾아올 확률은 매우 적으므로 무조건적인 공포심을 갖거나, 수액을 처방받고도 기피하는 건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링거는 19세기 영국의 의사 시드니 링거(Sydney Ringer)가 발명한 치료용 수액이다. 이후 알렉시스 하트만(Alexis Hartmann)이 산성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액에 젖산을 넣어 하트만 수액(Hartmann's solution)을 개발했다. 우리가 흔히 '링거'라고 부르는 수액은 하트만 수액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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