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완의 논점] MZ노조의 길은
회계 투명성, 정치 집회로부터의 분리 등으로 주목받은 'MZ노조'가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아직 교섭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양대 노총에 선거로 승리한 데 더해 서울판 경사노위, 최저임금위원회에 해당하는 노동자권익위원회와 생활임금위원회 위원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세를 불릴수록 정체성 확립의 숙제가 이들이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체성 확립은 MZ노조 내부의 숙제이기도 하고, 이들을 바라보고 정의하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은 양대 노총의 힘을 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본다. 2월과 3월 중순까지는 정부가 MZ노조에 가장 많이 손을 내밀었던 시기다. MZ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협의회'가 결성된 이후 지난 2월 13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이들과 만나면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MZ노조에 손을 내밀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이들과 통화하는 그림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MZ노조는 정부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방침으로 세운 주 69시간제에 대해 새로고침협의회는 "주 52시간제로 기대했던 취지의 안착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정부는 기존까지 양대 노총이 독식해왔던 정부 지원금을 MZ노조에 열고자 했으나 이들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다. 정부는 더 이상 이들을 '말 잘 듣는 어린 노조'로 볼 게 아니라 기성노조와 투쟁의 방식이 또 다른 하나의 '노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새로고침협의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체성의 이슈도 있다. 새로고침협의회와 협의회에 속한 노조들을 'MZ노조'로 부르지만, 이들을 모두 MZ노조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 양대 노총 소속의 기존 노조가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이들의 사고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실제 MZ세대가 노조를 결성한 경우가 많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사기업의 경우, 기존의 노조들이 대부분 현장직을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사무직만의 노조를 만들자는 측면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협의회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가 이들이다. 이들의 경우 조합원 중 MZ세대가 특히 많은 것은 아니다.
양대 노총처럼 산별로 묶을 수도, 세대로 묶을 수도, 기업별로 묶을 수도 없는 만큼 이들을 하나로 모을 단일화된 가치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이들 스스로가 MZ노조로 불리지 않길 원하지만, 대체할 명칭을 스스로도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개인적으로는 점거, 농성, 물리적 충돌과 같은 기존의 쟁의방식 대신 시민들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이들이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축제 같은 형식의 쟁의를 하나의 브랜드로 삼아봤으면 좋겠다. '투명하고 평등하고 따뜻한, 요즘 노조' 같은 슬로건과 함께 말이다. 어떤 방향이 됐건 이들이 정립한 새로운 가치가 기성노조의 쟁의방식을 거부하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오래 남길, 정부의 노조개혁에 의해 잠깐 빛을 받았던 하나의 현상으로만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제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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