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니 45세까지 뛰면 어떨까요"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4.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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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MVP 대한항공 한선수
38세, 감독보다 두 살 많지만
여전히 V리그 최고 세터 군림
세터로는 첫 정규리그 MVP
사상최초 4연속 우승에 도전

트로피를 잡고 물성을 실제로 느껴보니 기대 이상으로 무겁고 차가웠다. MVP 트로피만 두 개를 챙겨서 MBN '스포츠야' 촬영 현장에 나타난 프로배구 MVP 한선수(38·대한항공·사진)는 "팀이 우승한 게 너무 기뻐서 개인 상은 욕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으니 기분이 좋긴 하더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만큼 한선수의 올 시즌은 훌륭했다. 한선수가 이끈 대한항공은 3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하며 '통합 3연패'를 이뤄냈고, 또한 한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컵대회까지 모두 우승하는 것을 뜻하는 '트레블'에도 성공하며 왕조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선수 그 자신 역시 챔피언결정전 MVP에 이어 세터 포지션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품에 안았다. 한선수는 "사실 최태웅 선배(현 현대캐피탈 감독)가 탄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최초라고 해서 조금 놀라우면서도 영광스러웠다. 오래도록 배구를 하다 보니 상도 받게 됐다"며 소감을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한선수가 오래도록 배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2007년 데뷔한 1985년생 한선수는 대한항공 한 팀에서만 뛰며 어느덧 17년 차 프로 선수가 됐고, 그사이 세 딸의 아빠가 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보다도 두 살이 많다. "감독과는 토미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친구처럼 배구 이야기를 오래 나눈다"고 말한 한선수는 "아이들이 집에서는 엄마를 찾는데 배구장에 놀러오면 그때는 아빠를 찾더라. 우승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아빠로서 무게감이 커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우승 직후 42세까지 현역을 이어가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한선수는 바뀐 생각을 알렸다. "1년, 1년 느끼는 게 다른 나이가 되어서 42세 정도를 얘기했는데 운동 능력과 감각을 잘 유지한다면 조금은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운을 뗀 한선수는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니 민폐가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45세까지도 생각해보겠다"고 유예기간을 늘렸다.

물론 그 자신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으니 나올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선수는 30대 후반이 된 지금도 프로배구 최고의 세터로 인정받으며 2015년 이후 꾸준히 연봉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봉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도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인 곳을 찾아서 공을 띄우는 러닝 세트 비율도 45.53%로 국내 세터 중 홀로 40%대를 기록하고 있으니 후배들도 그에게 은퇴하라는 말을 감히 꺼낼 수가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던 한선수도 세터로서의 자존심은 숨길 수 없는 듯 "아직 국내에서 내가 최고 세터는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상대팀 서브가 매 시즌 점점 강해지고, 리시브 효율도 매년 같이 떨어지고 있지만 세터는 어쨌든 공격수가 잘 때릴 수 있는 자리에 올려놓는 일을 하는 거다. 각자의 생각과 색깔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것을 고집이라고 한다면 고집도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세터론도 펼쳤다. 김명관이나 이현승(이상 현대캐피탈) 등 후배 세터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한선수는 "어린 선수들이 키나 운동 능력, 토스 등 기본적으로 다 좋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대표팀 등지에서 물어보면 도와주겠다"고도 말했다.

기왕 선수 생활을 오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도 많다. 가장 먼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지금껏 아무도 이루지 못한 통합 4연패다. 한선수는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바로 앞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만 본다. 다음 시즌 4연패를 위해 한 발 한 발 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용익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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