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장관이 사인한 ‘회계장부’엔 입 닫은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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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장관님이 노총에 계실 때 다 사인하신 분이예요. 누구보다 (노조 서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예요."
이날 오후 1시께 노동부 감독관들이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이지현 대변인, 심재호 사업지원본부장을 만나 15분간 면담했지만 심 본부장은 "노동부가 노조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으며, 노동부가 이렇게 들여다보는 건 월권이고 자주성 침해"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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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장관님이 노총에 계실 때 다 사인하신 분이예요. 누구보다 (노조 서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이예요.”
21일 오후 1시께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7층 사무실에서는 ‘노조 회계 장부 미제출 관련 현장조사’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었다. 노동부 조사관들은 “행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노총 전체 의견이냐” “내부적으로 한번 더 검토해달라”며 조사를 거부하는 한국노총을 압박했고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불법적 행정행위에 대응할 생각이 없다” “과태료 처분을 해놓고 또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노조탄압을 위해 일을 키우는 것”이라고 맞섰다. 현장조사를 설득하던 노동부 조사관들은 이지현 대변인이 한국노총에 재직했던 이정식 장관의 ‘과거’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입을 닫았다. 이정식 장관은 1986년부터 한국노총에 몸담았던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무처장을 지낸 바 있다.
노동부가 양대노총 등 8개 노조를 대상으로 시도한 첫번째 현장조사가 노조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노동부는 전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브리핑을 열어 “회계서류 비치·보존 소명거부 42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2주간 현장 행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노동부 조사관 4명은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건물을 방문했지만 건물 1층에서 대기하던 민주노총 관계자 너댓명에게 가로막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조사관에게 “노조법 14조 위반을 근거로 삼았는데, 우리는 이미 이행을 했다. 조합원들은 지금이라도 올라가서 서류 비치 여부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며 “노동부의 내지 제출 요구는 부당하다고 수차례 얘기했고, 직권남용에 대해 공수처에 장관 고소장도 접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장 역시 “과태료 부과해놓고 이렇게 조사 나온다는 건 보여주기식”이라며 “법정에서 다투자”고 말했다. 노동부가 지난 7일부터 서류 미제출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데 대해 민주노총은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과태료에 불복하는 당사자가 행정관청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행정관청이 이를 법원에 통보해 재판으로 과태료의 정당성을 따질 수 있도록 한다. 조사관은 “재논의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다 10여 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같은날 오후 한국노총에서도 조사관들은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노동부 감독관들이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이지현 대변인, 심재호 사업지원본부장을 만나 15분간 면담했지만 심 본부장은 “노동부가 노조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으며, 노동부가 이렇게 들여다보는 건 월권이고 자주성 침해”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이 대변인은 “자율점검 기간에 이미 10년치 서류 비치 사진을 제출했다”며 “장관님이 노총에 계실 때 다 사인하고 하신 분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심 본부장은 “장관님 판공비는 어떻게 공개되고 있나.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하는데 잘 되고 있는거냐”고도 했다.
이 대변인은 현장 조사 이후 기자단 브리핑에서 “과태료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행정 집행을 또 하고,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압박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조사를 앞두고도, 사무실로 오는 게 아니라 건물 1층으로 내려오라는 요구를 하는 등 (언론에 보여주기 식이 아닌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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