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국내 예보 기술 통째로 이식한다…기상청 ‘기상 인프라’ 수출 본격화

박상현 기자 2023. 4.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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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지난해 9월 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태풍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21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선 베트남에 수출할 ‘ICT 기반 기상기후재해 예방을 위한 태풍 감시 및 예보 통합플랫폼 구축사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베트남 수문기상청에 우리 기상청의 기술을 통째로 이식하는 작업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11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베트남 동북부지역에 자동기상관측시스템 16대, 자동강수량관측시스템 60대를 각각 설치하고, 국내 태풍현업시스템(TOS)과 천리안위성 2A호 수신·분석 시스템까지 한데 모아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태풍 업무 전반에 대해 컨설팅도 해준다. 기상청은 “국내 기상 기술을 총망라한 ‘한국형 선진재해대응시스템’이 도입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 장비·위성·수치모델 및 통신장비를 아우른 ‘한국형 선진재해대응시스템’을 구성, 기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개도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2020년 7월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제23호 태풍 '담레이'의 영향으로 홍수가 난 다낭 인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호이안 마을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조선DB

기상청은 그동안 개도국에 ODA(공적개발원조) 차원에서 기상 기술을 전해왔는데, ‘나무’를 이식하던 방식에서 ‘숲’을 통째로 옮기는 방식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업에 입찰하는 우리 기업들의 숫자와 이익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 여파로 태풍 및 집중호우가 잦아져 기상 인프라가 취약한 개도국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2027년까지 31억 달러(약 4조원) 규모로 개도국에 조기경보시스템 등 기상 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도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주축이 돼 필리핀, 라오스 등에 우리 기술을 수출한 상태다. 필리핀과 라오스 정부를 대상으로 각각 40억원, 35억원 규모로 ODA 사업을 벌여 현재 태풍 감시 및 예측 통합플랫폼 구축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단지 태풍에만 한정된 기술이 아니라, 집중호우·폭풍해일 등 재해를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기상 인프라를 수출해 사업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기후변화 취약국을 중심으로 기상 인프라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활로만 개척하면 기상 관련 해외 녹색산업 수주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 기상국에 우리 기상청 직원들이 방문해 위성 자료 분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청 관계자는 “해외 ODA 사업은 우리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피해에 취약한 개도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도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상 수출 분야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수출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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