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의 신' 전세사기 선고 앞두고 피해 임차인들 엄벌 호소

이영주 2023. 4.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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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안산 일대서 31명 대상 70억원 전세사기 혐의 선고 앞둬
권모 씨 일당 보유 주택 3천여채…경찰, 600억원대 추가 피해 확인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전국 오피스텔, 빌라 등 3천400여채를 보유한 이른바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일당의 선고 재판을 앞두고 피해 임차인들이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현관마다 경매 경고 문구 붙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에 현관문마다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2023.4.18 hong@yna.co.kr

21일 경기도 구리 지역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30대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빌라의 신' 일당을 상대로 고소 사건을 진행 중이다.

부모에게서 독립을 선언하고 처음 구한 오피스텔 전세 계약이 사기당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부터 A씨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직장 근처로 알아본 오피스텔이었어요. 풀옵션이고 마음에 드는 타입이 있어서 중개인과 함께 분양사무실에 가서 상담받았죠. 거기서 권모 씨가 집주인이라고 해서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는데, 전세금을 건축주에게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전세금을 집주인이 아닌 건축주에게 보내라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한 A씨가 이를 물어보니 "집주인이 계약금으로 10%를 걸어놨고, 잔금을 전세금으로 내는 거니 문제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안심하고 계약을 한 A씨가 자신이 사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계약기간 만료 3∼4개월 전인 지난해 언론 보도를 본 뒤였다.

A씨는 "알고 보니 권씨가 냈다는 계약금은 없었고, 건축주가 A씨 전세금을 받은 뒤 명의를 권씨에게 이전했다"고 했다.

호소문 붙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 호소문이 붙어있다. 2023.4.18 hong@yna.co.kr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속칭 '무자본 갭투자'에 당한 것이다.

수사 당국은 이런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속이거나, 고지해야 할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저희 오피스텔 140세대 중 60세대가 권씨 일당 소유더라고요. 제가 전세 연장할 생각 없으니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로 집을 시세보다 2천만원 올려서 부동산에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땐 이미 세무서에서 압류가 들어온 뒤였어요. 거래될 리 없죠."

권씨 일당은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져 오는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피해 규모는 31명에 대한 전세보증금 70억여원이었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된 권모 씨 등 3명의 사기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범 최모 씨에게 징역 7년을, 권모 씨 등 2명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25일 오전 9시 50분 안산지원에서 열린다.

권씨 일당을 '2400번 조직(권씨 등이 전세 계약 시 사용한 휴대전화 끝 번호)'으로 부르는 피해 임차인들은 전국적인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사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사기 피해 호소는 계속'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창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4.18 tomatoyoon@yna.co.kr

A씨는 "정부가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징역 15년)이 선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전국 최대 규모의 사기 일당에게 고작 5년, 7년이 구형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소인인 B(30) 씨는 "피고인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대출받아 전세 계약에 서명한 임차인들의 책임을 탓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좋겠고, 최고형을 선고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기혜림(26) 씨는 "피해자들은 '70억원 사기에 징역 7년이면, 다 사기치면서 살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황당한 심정"이라며 "누군가는 돈을 벌었을 텐데 정부가 다 찾아내 몰수도 해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권씨 일당에 대한 추가 사기 피해 사실을 파악하는 등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300여명의 전세보증금 600억여원의 피해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초기엔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가 많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추가 피해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찰에 송치해 더 중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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