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서러운데”…‘전세사기’ 주택, 관리 부실에 주민 속앓이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3. 4. 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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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반대 포스터.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 장기화로 공동주택 관리에 악순환이 이어지며 세입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에는 ‘퇴거 불가’와 ‘입찰 반대’ 등이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으로 105가구 중 100가구(95%)가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표 이모씨는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관리업체의 존재도 유명무실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왕 A(61)씨와 얽혀 있는 기존 업체는 주차타워나 승강기 관련 미납금 1000여 만원을 청산하지 않고 떠났다”며 “지난 겨울 동안은 관리업체가 아예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후 새로운 건물 관리업체가 들어왔지만, 전세사기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며 열악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새 업체는 승강기나 수도 펌프 등을 교체하며 시설 관리에 나섰지만, 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세입자들이 매달 11만원 상당의 관리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경비원인 B씨 또한 “관리비가 제대로 걷혀야 수선비나 경비원 급여를 충당할 수 있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며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하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누수 발생한 집 내부 이미지.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전세사기가 발생한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 중에서도 ‘부실 공사’ 논란을 빚던 곳은 더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136가구 중 85가구(63%)가 경매에 넘어간 모 아파텔 최상층에 사는 주민들은 비만 오면 천장에 물이 새는 것으로 전해진다.

누수 원인 파악을 위해 뜯어낸 천장은 원상 복구를 하지 못한 채 흉하게 방치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천장은 곰팡이와 물 자국으로 얼룩진 모습이다.

입주자 대표 최모씨는 “꼭대기 층 세입자들은 당초 방수 공사가 잘못된 탓에 누전·누수, 곰팡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관리업체는 손을 놓고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방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피해 주택 중에서는 관리업체를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한 곳도 있다”며 “대부분 크고 작은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조치가 쉽지 않아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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