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분기 웃었지만…시장 침체에 '살얼음판'
사우디 네옴 등 해외 현장 본격화·현엔도 실적개선
주택 신규 수주는 반토막…시장 침체 영향
국내 주택시장 부진에도 현대건설의 실적은 굳건했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사우디와 파나마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외 매출이 고루 성장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작년부터 이어진 주택시장 침체의 여파가 신규 수주에서 드러났다. 수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주택 부문에서 실적이 반토막 났다. 수주잔고 역시 작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주택시장 침체 여파, 일단 피했다
21일 현대건설이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조 311억원, 영업이익은 17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4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 늘었다.
매출액은 전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매출 대부분(38.5%)을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은 올 1분기 2조3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43.9%(7080억원) 증가했다.
플랜트·전력 부문과 토목 부문 매출은 각각 52.4%(2400억원), 28.2%(860억원) 증가했다.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작년 한해 부진했던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작년 1분기 1조642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4950억원으로 51.9%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6%에서 41.4%로 커졌다.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 상승 폭에는 못 미쳤다. 국내 현장에선 원가율마저 올랐다. 연결 기준 올 1분기 원가율은 93.7%로 작년 1분기(91%)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전년(4.1%)보다 하락한 2.9%에 머물렀다.
현대건설은 "국내 일부 현장 공정 지연으로 인한 돌관(추가 작업) 비용이 반영돼 원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며 "해외는 수익성 양호한 공사 공정이 본격화됐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산업 건축 증대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수주는 감소…앞으로 매출 문제 없나
신규 수주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올 1분기 신규 수주액은 5조9360억원으로 작년 1분기(8조9430억원)보다 33.6% 감소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건축·주택 부문 수주가 반토막 났다. 이 부문 1분기 신규 수주액은 3조127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7.8%(2조863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토목 부문 수주는 297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80%나 감소했다.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기준 87조625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0.84%(7410억원) 감소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 또한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수주 목표를 29조900억원으로 설정했는데, 작년 실적(35조4300억원)보다 낮춘 보수적인 수치다. ▷관련 기사: 현대건설, 몸집 더 불렸다…올해 수주목표는 '보수적'(1월19일)
현대건설은 수주에 대해 "약 4.1년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며 "분야별·지역별 경쟁력 우위 분야에 집중해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설계 기술력에 기반한 사업권 확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의 먹거리로 신사업과 스마트 건설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탄탄한 재무구조와 현금 유동성을 강조했다.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4571억원이며 유동비율 176.4%, 부채비율 114.9%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차세대 원전, 수소플랜트, 전력중개거래사업 등 에너지 전환 신사업을 확장하고, 기술력 기반의 비경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해 안전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한편, 사업영역 다각화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