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中과 헤어질 수 없는 기업들…'압도적 기술력'에 올인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은 '마천루'와 '전기차'의 도시였다. 지난 17~20일 열린 세계 3대 플라스틱 산업 박람회인 '차이나플라스 2023' 취재 차 찾은 이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는 건물들과 끝없이 늘어선 비야디(BYD)·아이온(Aion)·샤오펑(Xpeng)·테슬라 자동차를 볼 수 있었다.
"저 건물들을 보세요. 저기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화학제품들이 들어갈까요. 저기에 우리가 물건 팔아야죠."
"박람회장 오시는 길에 널려있는 전기차들 보셨죠? 전기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고부가 가치 제품인데요.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이 엄청납니다."
'차이나플라스 2023'에 참가한 국내 화학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미중패권 다툼이 심화되며 미국의 동맹국인 대한민국과 중국 간 정치적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란 뜻이었다.
우리 기업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엑손모빌, 일본의 미쓰비시화학, 독일의 바스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선전을 찾아 현지 시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중국의 최근 외국인 입국 기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훨씬 까다로워져서, 바로 옆동네 홍콩을 통해 선전으로 우회 입국한 경우도 있다 한다. 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경제는 경제'로 보는 게 이상적이지만, 날로 악화되는 한중관계는 기업들에 현실적인 부담이다. 실제 과거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보복을 가해 국내 유통기업 등에 치명타를 입힌 적이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한중 간 정치 논리가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기업들은 '기술'에서 해법을 찾으려 한다. 중국에 절실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들 스스로 당장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만이 정치논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기술로 시장의 수요를 강하게 유지시킨다는 전략에 가깝다.
'차이나플라스 2023'에 참가한 한국의 롯데케미칼도, 미국의 엑손모빌도, 일본의 미쓰비시화학도, 독일의 바스프도 의도는 이와 같았다. 중국이 아직 본격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전기차 소재·부품, 화학적 재활용 제품을 전면에 세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기술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 시장의 틈을 파고 든 것이다.
한국 화학사들의 기술력은 확실히 인정받았다.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의 부스에는 제품 구매를 문의하려는 현지 바이어들로 가득 차있었다. 부스의 미팅룸은 '풀부킹' 상태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제품 설명에 나선 한국 기업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적어도 박람회장 내에서는 '한중 갈등'의 수위가 낮았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19일 전시 종료 후 선전 시내 호텔에서 진행한 컨퍼런스에는 중국 현지 업체 190여곳이 자발적으로 참석했을 정도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박람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양극박·음극박·분리막·전해액 밸류체인과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만든 제품들을 선보였다. 중국이 품질면에서 따라오기 힘든 기술들을 엄선해 현지에서 공개했다.
이처럼 기술력은 정치 논리를 극복하게 하고, 시장을 유지시켜준다. 기업의 기술이 '먹거리' 차원을 벗어나 '국력'이 되는 시대라는 명제를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이번 박람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친환경 고부가 가치 플라스틱 역시 할 수 있는 시대다.
놀라운 것은 중국 업체들이었다. 기술력이 아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하나같이 친환경 제품, 전기차 소재·부품을 내세우고 있었다. 글로벌 트렌드를 충실하게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우리 수준까지 올라오는 순간,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우리 국력의 한 축까지 꺾이게 된다.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기업' 단위를 떠나 '국가'적으로, '국민'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필연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과제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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