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CB로 '투자 보릿고개' 넘는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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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 달 바이오 기업이 CB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2098억 원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 VC 역시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돈 구할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상장사들은 유증이나 CB라도 찍지만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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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등 운영비 마련에 안간힘
한달새 유증 전년대비 2배 급증
CB 발행도 1900억 규모 달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투자가 끊기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기업 운영과 연구개발(R&D)을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팬데믹 당시 대규모로 찍어냈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 압박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 21~4월 21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공시는 총 113건으로 지난해(49건) 대비 2배 이상(130%) 급증했다. 이달 7일 코스닥 상장사 셀바스헬스케어(208370)(7일)는 341억 원의 유증을 공시했다. 운영 자금이 264억 원, 채무 상환이 77억 원이다. 에이프로젠H&G(18일 200억 원)과 메지온(140410)(19일 499억 원) 역시 운영 자금 목적으로 유증을 한다.
CB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바이오 기업이 CB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2098억 원이다. 이달 들어 8곳이 1392억 원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만기 5년짜리가 대부분이고 R&D, 채무 상환 등이 목적이다. 에이프릴바이오(397030)(19일)가 150억 원 규모의 CB 발행을 공시한 것에 이어 삼일제약(000520)(17일 120억 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003060)(13일 400억 원, 21일 2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상장사들은 코로나19 당시 대호황을 맞으며 돈줄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 여파로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투자가 급감했다. 코로나 종료 국면에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낮아졌다. 바이오 대장주 중 하나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주가는 7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1년 8월(36만 원) 대비 79% 하락한 수준이다. 또 메지온(-65.59%), 에이프로젠H&G(-71.13%), 삼일제약(-11.18%) 등도 같은 기간 대비 주가가 급락했다.
올 들어 2차전지·로봇 등 미래 성장성이 풍부한 종목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수급이 빈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바이오 업종 특성상 R&D 등 초기 자본뿐 아니라 임상 단계별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임상 결과를 내지 못하면 주가는 오르지 않고 또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 VC 역시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돈 구할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상장사들은 유증이나 CB라도 찍지만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 당시 폭발적으로 찍어냈던 CB와 BW의 상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 황금기였던 최근 2020~2021 기업들이 CB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3조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대부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CB 발행 2~3년 뒤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상환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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