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사기 피해자 ‘희망고문’하는 최우선 변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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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간호사 정모(29)씨는 3년 넘게 살던 인천 미추홀구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 중 일부를 최우선 변제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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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차이로 전세금을 한푼도 못 돌려받는 게 말이 되나요”
작년 말 간호사 정모(29)씨는 3년 넘게 살던 인천 미추홀구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 중 일부를 최우선 변제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상담사는 “최종 금액이 기준액보다 1만원이라도 비싸면 최우선 변제를 못 받는다”고 했다.
6평 남짓 되는 원룸에 사는 그가 어떻게 소액임차인이 아니란 걸까. 현행법에선 지역에 따라 소액임차인의 기준이 되는 보증금을 설정한다. 서울은 1억6500만원 이하이고 과밀억제권역과 경기도 용인·화성·김포시는 1억45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정씨가 사는 인천 미추홀구는 이 기준이 8500만원이다. 작년 재계약 과정에서 전세금이 85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인상돼 최우선 변제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일명 건축왕이라 불리던 남모(61)씨가 인천 미추홀구 등에 빌라와 아파트 2700여채를 소유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공모해 세입자의 전세금을 가로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 3개 중 1개는 정씨처럼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 같은 최우선 변제 제도가 오히려 ‘고문’ 같다고 말한다. 보증금이 500만원 저렴한 옆집에 들어갔다면, 재계약 때 100만원을 안 올려줬다면 한푼이라도 변제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피해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최우선 변제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 시세는 최근 2~3년간 급등했지만, 최우선 변제금은 법적으로 고정돼 있어 물가나 시세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금액으로 돼 있다보니 올릴 때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일일이 개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가령 부동산 시세 등과 연동되도록 법 조문을 바꾸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우선 변제금을 지역별로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 현재는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임차인과 노원구에 사는 임차인이 동일한 변제금을 받아야 한다. 지역 구분을 네 가지(서울, 과밀억제권역, 광역시, 그 밖)로만 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남권과 동북권은 지난달 기준 전세 시세가 1.8배가량 차이나지만, 이 두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변제금은 같은 꼴이다. ‘소액 세입자들의 최소 생활을 보장해준다’는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최우선 변제금을 손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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