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성의 허브車]중고차는 복불복?…“잘 샀다” 스스로 칭찬하려면

손품과 발품을 팔면 가성비 높은 중고차를 살 수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불과 1년 전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발생한 신차 출고대란 영향으로 치솟았던 중고차 시세가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해말 구매 심리를 급격히 떨어뜨렸던 ‘고금리’도 완화되면서 중고차 구입 부담이 줄어들었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에 따르면 4월 중고차 시세는 전월보다 1.01%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형성했다. 고금리 여파로 1분기 동안 계속됐던 하락세가 둔화됐다.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는 봄철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데다 연리 20%에 육박했던 중고차 할부금리가 6~19% 수준으로 내려간 영향이다.

나들이와 여름휴가 수요가 늘어나는 5월에는 중고차 시세가 보합세나 강보합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이 중고차 사기에 ‘좋은 시기’라는 의미다. 단, 누구나 ‘좋은 중고차’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출처=엔카닷컴]

‘중고’라는 원죄 때문이다. 중고차는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대체로 떨어지고 상태도 제각각이다.

품질과 상태가 일정한 신차와 달리 중고차는 소유자 성향, 지역, 날씨, 도로, 관리 상태 등 수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복불복’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 악덕 중고차 딜러는 일반 소비자들이 품질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품질을 속여 판매한다. 결국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중고차에 따라다닌다.

단,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가성비 높은 중고차’도 알게모르게 많다. 소비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할 뿐이다.

가성비 높은 중고차를 사는 방법도 과정이 좀 번거로울 뿐 어렵지는 않다. 우선 중고차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4월 중고차 전체 시세는 약보합세이지만 차종별 시세는 차이가 있다. 쉐보레 스파크와 쌍용(KG 모빌리티) 티볼리는 올랐고 싼타페와 카니발은 내렸다.

스파크와 티볼리는 봄철 성수기에 차량을 많이 구입하는 20대가 선호해 시세가 오름세를 형성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싼타페와 카니발은 패밀리카로 쓰려는 30~40대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세가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나들이와 여름휴가용으로 인기가 높다보니 5월부터 여름까지는 오를 수도 있다. 올 8월 이전에 사야 한다면 좀 더 서두르는 게 낫다.

가성비 높은 중고차를 사고 싶다면 감가율도 따져봐야 한다. 감가율은 새 차를 산 뒤 가격이 내려가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신차 가격-중고차 시세/신차 가격×100’으로 산출한다.

감가율은 가치와 반비례한다. 감가율이 높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덩달아 가격도 비싸진다. 반대로 감가율이 낮을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가격도 낮아진다. 감가율 50%는 신차 구입 가격과 비교할 때 반값이 됐다는 뜻이다.

차급과 연식이 같거나 신차 값이 비슷한 차를 대상으로 감가율을 계산해보면 가성비 높은 차를 살 기회가 생긴다. 감가율이 높은 차를 선택하면 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거나 비슷한 가격에 상태가 더 나은 차를 살 수 있다.

감가율이 높은 차 상당수는 비인기 차종이다. 감가율을 분석하기 귀찮을 때는 비인기차를 고르면 된다.

중고차는 차량마다 상태가 달라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사진출처=매경DB]

고차 인기도는 신차 인기도와 비례한다. 신차 시장에서 잘 팔리는 차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인기차는 사려는 사람이 많아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판매되고, 그 만큼 구하기 어려워진다. 가격 거품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면 인기차와 같은 급의 비인기차를 선택하면 구입 부담을 줄이는 건 물론 1~2년 정도 연식이 짧거나 상태가 좋은 차를 고를 수 있다.

인기차는 비인기차의 중고차 시세 차이를 살펴보면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50만원, 중형차는 100만원 정도다. 실제 중고차시장에서는 인기차와 비인기차의 가격 차이가 더욱 커진다.

인기차와 비인기차 가격 차이는 비수기에 더 커진다. 인기차는 비수기에도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반면 비인기차는 수요가 더 적어지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고를 때는 특정 모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인기차와 비인기차를 모두 구입 대상으로 고려한 뒤 가격과 상태를 비교해보는 게 좋다.

1~2년 타다가 되팔 계획이라면 인기차를,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좋은 품질을 원한다면 비인기차를 구입하는 게 좋다.

가성비 높은 중고차를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기를 당하거나 바가지를 쓰지 않고 안전하게 거래하는 것이다.

안전 거래하려면 서류를 잘 챙겨야 한다. 품질을 보증해주거나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험이 되는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해둬야 한다.

자동차등록증과 자동차등록원부를 열람해 차량 소유 관계, 가압류 여부를 파악한다. 매매업체에서 차를 산다면 성능 및 상태 점검기록부를 발급받아 둔다. 문제의 차를 사더라도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는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를 이용하면 차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단, 카히스토리가 만능은 아니다.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사고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특약사항에 “딜러(판매자)가 밝힌 내용에 없는 사고 사실이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둔다. 딜러가 별도 약속한 내용도 특약 사항에 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