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를 ‘누린다’는 것

강희수 2023. 4. 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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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포르쉐에도 다양한 차종이 있다. 포르쉐 스포츠카의 간판 911부터, 세단의 안락함을 접목시킨 파나메라, 슈퍼 SUV 바람을 일으킨 카이엔, 전기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보여준 타이칸까지 양산차 브랜드 못지 않은 풍부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많은 라인업을 그냥 ‘포르쉐’라 부른다. 포르쉐의 어떤 차종을 타는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뭉뚱그려 “포르쉐 탄다”고 말한다.

스포츠카 브랜드로 출발해 하나의 상징을 만든 포르쉐는 이제 자동차 그 이상을 꿈꾼다. ‘포르쉐를 탄다’는 개념을 넘어 ‘포르쉐를 누리는’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하려 한다.

포르쉐 스포츠카 75주년을 맞은 포르쉐코리아는 ‘포르쉐를 누리는 삶’을 ‘꿈’이라고 표현했다.

‘드림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를 내세워 소유와 사회적 성공을 동일시하려는 마케팅이 여럿 있었다. 포르쉐는 이제 드림카를 뛰어 넘어, ‘꿈과 모험으로 가득한 성공 스토리’를 새로운 브랜드 가치로 제시했다.

‘포르쉐를 누리는 삶’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관장한다. 럭셔리한 삶을 사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성을 헤아릴 줄 아는, 현재에서 미래를 가꿔가는 ‘꿈’을 앞세웠다. 여기에는 ‘예술’도 포함된다. 요즘 포르쉐가 ‘컬러’를 자주 언급하는 게 그 방증이다. 포르쉐만의 ‘색’으로 ‘포르쉐 라이프’의 색채를 가꾸고자 한다. 

포르쉐코리아는 최근 제주에서 ‘포르쉐 스포츠카 75주년(75 years of Porsche Sports Cars)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가하면 포르쉐코리아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차종을 시승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포르쉐가 추구하는 ‘누리는 삶’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다. 

행사 타이틀이 재미 있다. ‘포르쉐 겟어웨이(Porsche Getaway)’다. 겟어웨이는 ‘휴가’다. 열심히 일한 당신이 자신을 위해 선물하는, 그런 종류의 휴가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가 75주년을 자축하는 행사지로 왜 제주를 택했을까?

제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질주 본능’ 포르쉐를 만끽할 수 있는 도로 환경을 갖진 않았다. 만약 포르쉐가 내달리는 재주만 뽐내려 했으면 잘못된 장소 선택이다. 질주 본능은 인제 스피디움이나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이 더 어울린다. 

제주는 포르쉐의 달라진 철학을 대변한다. 타고난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얼마나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지녔는 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포르쉐코리아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포르쉐를 누리는’는 포괄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주의 이국적인 풍광과 편안한 잠자리, 그리고 좋은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제주에서 맛본 포르쉐 라이프는 성취한 꿈의 달콤한 보상이 아니라, 성취할 꿈의 원대한 설계자였다.

포르쉐는 이미 ‘청정 지구’ 제주와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차종도 보유하고 있다. 포르쉐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이다. 

타이칸은 2020년 말부터 국내에 출시된 차이지만, 다양한 변주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타이칸이라고 다 같은 차는 아니다.

제주 겟어웨이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는 상반된 두 성정이 장소에 따라 더 극적으로 대비된다. 봄맞이객들로 붐비는 한림해안로에서는 뒷짐을 쥔 산보객이 되어 흐름을 탔지만 코너링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1100도로에서는 야수의 괴성을 내질렀다.

사륜 구동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 새로운 하이테크 섀시는 오프로드에서도 흔들림 없는 역동성을 보장한다. 포르쉐 스포츠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1,200리터의 적재공간이 리어 테일게이트 아래 숨어 있는 건 전동화의 깜짝 선물이다.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는 최대 93.4 kWh 용량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해 평상시 625마력(PS)의 출력을 낸다. 그러나 오버부스트를 작동시키면 최대 680마력(680PS, 500kW)까지 기운이 높아져 정지상태에서 3.3초만에 시속 100km/h까지 도달한다. 국내 인증 최대 주행거리가 274km이긴 하지만, 전기차로도 ‘포르쉐 다움’을 만끽할 수 있기에 감내할 만하다.

110고지를 오르내리는 진짜 재미는 포르쉐 스포츠카의 대장, 911 카레라 4S 쿠페가 아낌없이 내던진다. 대열 주행을 위해 선택한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앞차와 쉼표 없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일체감이 예술이다. 

911은 1963년 첫 공개 이후, 8세대에 걸쳐 진화하고 있다. 포르쉐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제주에서 만난 ‘911 카레라 4S 쿠페’는 지능형 섀시 제어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대열 주행이라 고속을 뽐내지는 못했지만, 제주 산악의 변화 무쌍한 도로 환경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6기통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911 카레라 4S'는 향상된 연료분사 프로세스와 터보차저, 인터 쿨러 시스템의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이전 모델 대비 38마력(PS)이 증대한 최고출력 458 마력(PS)의 잠재력을 보유했다. 새로 개발된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가 눈깜짝할 새 작동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초 이내에 끊는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달면 사륜 구동 '카레라 4S' 쿠페는 3.4초만에 100km/h에 이른다.

'911 카레라 4S'와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를 번갈아 경험해 보니 ‘포르쉐 e 모빌리티’의 방향성이 체득된다. 

“2030년 인도 차량의 80% 이상을 순수 전기 모델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포르쉐 회장은 “기후 보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e모빌리티와 e퓨얼 두 가지 방향성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타이칸이 누빈 한림해안로에는 풍력 발전기가 낙락장송의 숲을 이루고 있다. e모빌리티의 대표주자가 e퓨얼의 상징적인 도로를 내달린 셈이다.

기업의 미래 청사진을 절묘하게 매칭시킨 포르쉐코리아 홀가 게어만 사장은 “스포츠카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포르쉐AG의 브랜드 전략에 맞춰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목표로 ‘로드 투 20’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공언했다. 사회공헌 활동은 예술을 너머 문화계로 뻗었다. 포르쉐코리아는 2021년부터 ‘포르쉐 드리머스 온’ 캠페인을 펼쳐 국내 신진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있고, ‘포르쉐 두 드림’ 캠페인으로 한국 전통 문화 분야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스포츠카의 속력에 철학이 실리기 시작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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