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콘텐츠 흥행 코드는 '워맨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4. 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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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예능 강한 女風
'더글로리' 동은과 현남의 연대
'퀸메이커'도 여성의 우정 그려
'뿅뿅 지구오락실' 등 예능도
여성 출연자들의 호흡에 초점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의 이은지, 안유진, 미미, 이영지(왼쪽부터). 다음달부터 tvN에서 시즌2가 방영될 예정이다. tvN

요즘 콘텐츠 대세는 '워맨스'다. 여성(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작품 속 여성 간의 진한 우정과 연대를 일컫는 표현이다. 남성 간 진한 우정을 표현하는 '브로맨스'라는 단어는 1990년대 등장해 2000년대 들어서부터 널리 쓰였지만, 워맨스는 최근 조금씩 상용화되다 콘텐츠 홍보 마케팅의 단골 용어로 급부상했다.

요즈음 워맨스는 성애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경우라도 여성 간 연대 서사를 그리는 경우라면 폭넓게 쓰이는 추세다. 단어가 남용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워낙에 여성 서사가 적었던 우리나라 콘텐츠시장에서 드라마, 영화, 예능을 불문하고 강한 여풍이 불고 있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전편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도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가 그린 두 여성의 연대기 전면에 '워맨스'를 내세웠다. 이 드라마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재벌가의 '문제 해결사'였던 황도희(김희애)가 정치·재벌 권력에 반기를 들고 인권운동가 오경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정치인도, 재벌그룹 회장도, 선거전략가도 대부분 여자 캐릭터로 그렸다. 현실 정치 속에서 많이 본 익숙한 소재와 사건을 가져다 쓰는 와중에 진부한 서사와 개연성 떨어지는 연출은 아쉽지만, 베테랑 여자 배우들의 연기 경합을 한 작품 속에서 보는 경험만으로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리즈 '퀸메이커'에서 극중 서울시장 선거의 전략가 도희(김희애·왼쪽)와 후보 경숙(문소리). 넷플릭스

김희애는 제작발표회에서 "도희와 경숙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않는 다른 성질의 인간들인데, 같은 목표로 연대하면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짜'를 발견하게 된다"며 "옷도 '믹스 앤드 매치'가 의외의 멋스러움을 주듯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엄청난 에너지를 만드는 게 신선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드롬을 일으킨 시리즈 '더 글로리'에도 강력한 여성 연대가 등장한다. 학교폭력 피해자이자 복수를 도모하는 주인공 동은(송혜교)과 그의 조력자 현남(염혜란)이다. 현남은 가해자 집단을 미행하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은의 복수를 돕고, 동은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현남과 그의 딸을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구한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위험에 처한 베테랑 킬러 복순(전도연)을 구하는 것도 여성 후배인 연습생 킬러 영지(이연)다. 두 사람이 화려한 액션을 소화한 신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밖에 영화 '소울메이트', 드라마 '가면의 시대' 등 최근 콘텐츠에 '워맨스'는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되고 있다.

예능에서도 여성 버라이어티가 대세다. 2006~2018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 2007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온 KBS2 '1박2일' 등은 모두 남성 멤버 간 관계성이 중시되는 버라이어티였다. 남성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고 야외 취침을 하거나 냉수마찰을 하며 고생을 자처하는 '날 것'의 모습에서 재미를 찾았다.

반면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은 여성 멤버 간 호흡을 자랑하며 새로운 웃음을 안겼다. 개그맨 이은지, 아이돌그룹 오마이걸의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안유진 등 4인이 해외에서 제작진이 제시하는 게임과 미션을 수행하는 방송인데, 예능계 베테랑 나영석 PD와 출연진 사이의 재미난 기싸움과 수평적인 소통 등으로 MZ 세대에게도 보기 편한 프로그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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