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서 피어난 꽃 … K콘텐츠 40년사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국내 경제·산업사와 함께 풀어낸 책이 나왔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세계 대중문화를 이끄는 주류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는 점은 언제나 짜릿하고 기분 좋은 소식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자는 이런 물음에서 시작해 한류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저자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설계되지 않았던 성공"이라고 본다. 물론 작품들의 우수성과 아티스트 개개인의 노력, 이들을 뒷받침한 기업과 정부의 지원까지 어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복합적 요인이 '한류'라는 현상에 이바지했음은 당연지사다. 다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 '한국 문화의 세계 제패'를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도 아니란 점에서, 저자는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은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본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사에서 우리 대중문화가 꽃피운 9개의 결정적 장면을 뽑아내 책으로 엮었다. 이른바 'K콘텐츠 산업사(史)'다. 그 역사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맞닥뜨린 문화계의 위기, 그 지점에서 피어난 극복과 성공의 서사다.
예를 들어 음반·음원 시장은 1990년에 등장한 MP3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가요 기획사가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가 아시아 국가들을 강타했던 시기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출 원년으로 기록됐다.
콘텐츠 산업은 지금도 격변 중이다. 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K팝의 위기'를 말하고, K팝의 역사를 싹틔운 SM엔터테인먼트는 대형 IT사인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세계를 향하던 한국 영화는 산업과 작품 모두 국내 관객에게 외면을 받고 있고, 그 사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박스오피스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변화와 위기가 곧 한류가 밟아온 길이자 기회였다고 다시금 강조한다. 다만 한류 국제화의 배경을 우리 민족이 가진 흥(興)과 한(恨) 덕분이라는 안일한 해설만으로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문화 개방'이라는 격동기에 정부와 자본, 창작자와 팬덤이 끊임없이 움직인 역동성이 있었기에 위기 속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문화산업의 페달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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